한국 시민사회단체가 한국 정부의 터키 무기 수출 중단과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 자치 구역 침공 중단을 촉구했다.
국제민주연대, 전쟁없는세상 등 29개 시민사회단체는 21일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터키가 군사작전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약 30만 명이 피난길에 올랐고 민간인 120명을 포함해 592명이 사망했다"며 "터키 정부는 시리아의 쿠르드 자치 지역에 대한 군사 행동을 영구적으로 중단하고 향후에도 일체의 군사 위협과 개입을 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군대를 철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터키가 군사작전을 시작한 이후 핀란드, 노르웨이, 네덜란드, 스웨덴, 독일, 프랑스, 영국 등 국제사회는 터키로의 무기 수출 중단을 선언했지만 한국 정부는 아무 입장도 내놓고 있지 않다"며 "한국은 하루빨리 터키로의 무기 수출을 중단하고 국제법 위반 행위 등에 대한 무기 수출 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재훈 경계를넘어 활동가는 "시리아 북동부는 초보적 단계지만 생태주의, 양성평등, 사회적 경제, 인종간 화합, 다원주의 등을 기초로 한 새로운 자치 모델을 만들기 시작하던 지역"이라며 "터키의 잇따른 군사개입과 침공은 수많은 사람의 목숨과 재산을 위협할 뿐 아니라 중동에서 새로운 공존과 화합의 모델을 만들고자 노력해왔던 지역민의 노력을 깡그리 짓밟는 무자비한 테러 행위이자 야만 행위"라고 주장했다.
쭈야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한국은 방산 한류를 이야기하며 전쟁이 일어나고 있거나 전쟁의 위험성이 있는 국가에 계속해서 무기를 팔며, 이를 통해 전쟁에 가담하고 있다"며 "한국전쟁이 만든 갈등과 트라우마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한국 사회의 시민들에게 전쟁에 가담하는 나라의 국민으로 살고 싶은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철군을 촉구하는 서한을 주한 터키대사관에 전달했다.
터키와 시리아 쿠르드족, 5일 간의 휴전협정 맺었지만
터키는 시리아 국가군(SNA)과 손잡고 9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동부의 쿠르드 자치 구역을 침공했다. 시리아 민주군(SDF)의 주력인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가 쿠르드 분리운동 단체인 쿠르드 노동자당(PKK)와 손을 잡는 것을 예방하겠다는 명분이었다.
터키의 쿠르드 침공 배경에는 시리아에서의 미군 철수가 있다. 미국은 이슬람국가(IS)에 맞서기 위한 현지세력으로 시리아 쿠르드족을 지원했다. 시리아 쿠르드족은 미국이 자치정부 수립을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이에 응했고, 시리아 북동부에서 자치를 누렸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3월 이슬람국가가 격퇴되자 10월 6일 시리아에서의 철군을 발표했다.
이후 터키의 쿠르드 침공이 일어나고, 미 공화당 내에서도 "미국이 동맹을 배신했다"는 비판이 일자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파견해 중재에 나섰다.
17일 터키와 시리아 민주군은 미국의 중재 하에 '120시간 안에 터키가 설정한 시리아 북동부의 안전지대 밖으로 철수한다'는 조건에 합의하고 5일간 휴전했다. 이에 대해서는 '터키와 시리아 접경 지역에서 쿠르드족 철수'라는 터키의 요구가 관철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20일(현지시간) 쿠르드 민병대는 터키 접경지이자 시리아 북동부 최대 거점 지역인 라스 알 아인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안전지대의 범위를 놓고 양측의 말이 엇갈리는 등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휴전 이후 터키 국방부가 "쿠르드 테러리스트가 14건의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하고, 쿠르드 민병대가 주축을 이룬 쿠르드·아랍 연합 전투부대가 "터키가 공습과 포격을 중단하지 않았다"고 밝히는 등 산발적 교전도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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