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혁명의 성지'인 백두산과 인근의 양강도 삼지연군 건설 현장을 찾아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삼지연에서 "미국을 위수로 하는 반공화국 적대세력들이 우리 인민앞에 강요해 온 고통은 이제 더는 고통이 아니라 그것이 그대로 우리 인민의 분노로 변했다"며 "우리는 적들이 우리를 압박의 쇠사슬로 숨 조이기하려들면 들수록 자력갱생의 위대한 정신을 기치로 들고 적들이 배가 아파나게, 골이 아파나게 보란 듯이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앞길을 헤치고 계속 잘 살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우리는 그 누구의 도움을 바래서도, 그 어떤 유혹에 귀를 기울여서도 안된다"며 "오직 자력부강, 자력번영의 길을 불변한 발전의 침로로 정하고 지금처럼 계속 자력갱생의 기치를 더 높이 들고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적들이 아무리 집요하게 발악해도 우리는 우리 힘으로 얼마든지 잘 살아갈 수 있고 우리 식으로 발전과 번영의 길을 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 시련과 곤란을 디디고 기적과 위훈으로 더 높이 비약한 2019년의 총화"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메시지는 지난 5일(현지 시각) 스웨덴에서 열린 북미 간 실무협상이 결렬된 뒤 미국과 협상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김 위원장 스스로 미국과 협상 시한을 연말로 정해놓은 상황에서 지난 실무협상 결렬로 인해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에 대한 내부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사전 조치격으로 이러한 메시지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김 위원장이 과거 중요한 정치외교적 고비마다 백두산과 삼지연을 찾아 향후 국정의 방향을 정했던 것을 고려했을 때 이번 메시지는 '새로운 길'의 예고편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1월 1일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이 "미국이 (중략)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밝힌 만큼, 미국과 협상에 나서지 않은 채 강경한 군사적 대응을 하는 방식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한편 정부는 북미 실무협상 결렬과 뒤이어 나온 김 위원장의 '자력 갱생' 강조 등 북미 간 협상 분위기가 소강국면에 접어드는 듯한 신호를 보이자 다소 당혹스러운 표정을 보이고 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가 어떤 평가를 하거나 분석하기는 적절치 않다. 앞으로 김 위원장의 방문 동정이나 북한의 상황 등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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