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단체는 "정부의 불법 낙태 단속 방침은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미명 아래 실제 출산을 해야하는 여성의 '생명'과 '권리'는 완벽하게 박탈하고 있다"며 "원치 않은 임신에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기로에 놓인 여성들은 '낙태=살인'이라는 도식 앞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 대학생 단체인 '전국학생행진'이 정부의 낙태 단속 강화 방침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프레시안(선명수) |
이들은 이어서 "낙태를 선택하는 여성이 문제가 아니라,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회가 '진짜' 문제"라며 "많은 여성이 낙태를 선택하는 것은 이들의 '이기심' 때문이 아니라 아이를 낳아 키우기 어려운 사회경제적 배경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대학생들은 또 "출산 이후 많은 여성에겐 저임금·불안정 일자리라는 선택지밖에 없는데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할 경우 쏟아지는 도덕적 비난과 두려움까지도 모두 감당해야 한다" 며 "그러나 이러한 현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우리 사회는 저출산 문제를 책임져야 하는 '애 낳는 기계'로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고만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낙태 단속을 강화한다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도 "저출산 문제는 낙태 단속을 강화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여성의 임신과 출산, 양육의 문제까지 함께 책임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먼저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언자로 나선 대학생 김새람 씨는 "저출산 때문에 미래의 노동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이주 노동자를 탄압하고 내쫓는 정부의 태도를 볼 때 이는 위선에 불과하다"며 "진정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4대강 사업과 부자 감세로 쏟아 붓는 돈의 일부라도 양육과 복지에 지원하라"고 촉구했다.
김 씨는 이어서 "정부의 낙태 단속 발표 직후 낙태 시술 비용은 최대 10배까지 뛰었고, 단속을 피하기 위해 많은 여성이 불법 시술소를 찾는 등 여성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낙태 시술의 음성화로 인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한편, 이날 대학생들은 "오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낙태 단속과 처벌에 반대하는 행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며 △낙태 단속 방침을 즉각 중단할 것 △안전하고 저렴한 낙태 시술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할 것 △걱정 없이 출산, 양육을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마련할 것 △출산 여부를 결정하고 스스로 몸을 통제할 수 있는 여성의 권리를 보장할 것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