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회에서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안'이 통과된 데 대해 일본언론들이 이 사실을 속보로 전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의 대표적 극우언론인 산케이신문은 이번 법안을 주도한 의원들에 대해 평소 북한의 역사적 우월성을 강조하고 북일수교협상을 측면지원하기 위한 '친북좌파'라고 악의적으로 매도함으로써 앞으로 커다란 국제적 논란을 예고하기도 했다.
***산케이 "한국 경제발전 이룬 보수층을 친일파로 매도"**
일본의 대표적 극우언론인 산케이신문은 3일 '한국에서 반일법(反日法) 성립'이라는 제목아래 구로다(黑田勝弘) 서울 지국장 명의로 장문의 해설성 기사를 실었다. 구로다 지국장은 한국에서만 30여년간 주재하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 극우 언론인으로,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 등 한국의 극우진영과 두터운 친분을 맺고 있는 인사로도 유명하다.
'친일규명법'을 '반일법'이라고 왜곡하며 시작한 이 기사에서 산케이신문은 법안 통과 사실을 전한 뒤 "1945년 일본통치 종료로부터 이미 60년 가까이 흘러 관계자들 대부분이 이미 고인이 된 지금, 그 노림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어 "법안의 취지는 표면적으론 '역사의 교훈으로서 후세에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한국은 일본지배에서 해방된 후 일본시대의 인적유산을 활용해 국가건설과 경제발전을 도모한 과정이 있다"며 "따라서 그 중심에 있었던 보수층을 '친일파'로 부정하려는 의도가 배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또 배경과 관련, "당초 (법안에는) 구일본군 장교 전체가 규탄의 대상이 되었으나 보수계 야당 한나라당이 '일본군 경력이 있는 박정희 전대통령을 규탄하고 나아가 한나라당 차기대표로 예정돼 있는 장녀 박근혜 의원을 추락시키려는 게 아니냐'고 반발, 박 전대통령은 해당되지 않는 '중좌이상의 구 일본군인 출신'으로 수정된 사건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이어 이번 법안 통과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다수 동참한 것과 관련해서는 "법안에는 국회 다수파인 한나라당 의원이 상당수 찬성해 성립됐는데, 이는 4월15일 총선을 앞두고 각 의원이 '친일파 규탄에 반대'하면 선거에 불리하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한나라당의 기회주의를 비판했다.
***"친북좌파 의원들이 법안 주도, 북한의 역사적 우월성 강조"**
신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번 법안을 '북한의 우월성'을 강조한 친북좌파법이라고까지 매도했다.
신문은 "한국의 현대사는 좌파와 친북세력으로부터 '친일파를 온존시켰다'는 비난을 받아왔으며, 반대로 '친일파를 청산했다'는 북한의 역사적 우월성이 강조돼 왔다"며 "이번의 특별법도 좌파와 친북적인 경향이 강한 젊은 의원이 주도한 결과, 보수파 주도로 실현시킨 한일 국교정상화(1965년)의 개정 등의 움직임이 표면화될 가능성도 있어 '한일관계에의 영향이 우려된다'(한국외교부 관계자)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또 "일부에서는 앞으로의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과의 관련성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며 "일본과 연관된 친일파 또는 보수파의 한일 국교정상화를 비판함으로써 '북한의 대일 강경자세를 측면에서 지원하는 의미도 있다'(한국외교부 관계자)고 한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한국에서는 해방직후에 특별법으로 이미 일부 처벌이 행해졌으나, 상당수 사람들이 행정경험자로서 정부기관 등에 기용됐다"며 "박정희 전대통령은 고도경제성장과 근대화에서 현재 한국발전의 기초를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일본군 출신자라는 이유로 좌익과 진보파 사이에 부단히 비판을 받아왔다"는 주장으로 글을 끝맺었다.
***요미우리 "한일관계에 미묘한 영향 줄 것"**
일본의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보수언론인 요미우리 신문도 이날 '한국국회, 일본통치시대의 대일협력자 규탄법안을 가결'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번 법안을 '대일협력자 규탄법'이라고 왜곡한 뒤, 이번 법안 통과로 인해 "새로운 국내 대립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외에 한일 관계에도 미묘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어 "법안 성립은 진보파인 우리당, 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해 4월 총선거를 앞두고 '국민지지'를 노린 대목도 보인다"고 주장했다.
상대적으로 진보적 입장을 취해온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이날 법안 통과소식을 전하며 "법안 수정 과정에 언론계와 문화예술계, 종교 관계자들이 조사대상에서 배제됨으로써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소리도 있다"고 비교적 객관적으로 사실보도를 했다.
아사히신문은 그러면서도 "한국에서는 4월 총선거를 앞두고 다케시마(竹島, 한국명 독도)의 영유권 문제와 일본에서의 신사참배 발언 등에 관해 여야를 불문하고 유권자에게 강한 자세를 보이기 위한 민족주의적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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