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한나라당에서 공천 제의를 받고 사표를 제출했다가 하룻만에 다시 반려를 요청해 물의를 빚었던 김두우 논설위원에 대해 대기발령이라는 중징계 조치를 내렸다.
***중앙일보 "일단 총선때까지 글 쓸 권리 박탈"**
중앙일보는 지난 25일 저녁 상벌심의위원회를 열어 김 위원에 대해 사표 수리여부, 징계 여부, 논설위원직 지속 여부 등에 대해 검토한 끝에 편집인 산하 행정팀 소속으로 무기한 대기발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두우 위원은 한나라당에서 공천 제의를 받고 선거출마자의 법적인 공직 사퇴시한인 '선거일 60일전'이 되는 마지막날인 지난 15일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가, 하루만인 16일 마음을 바꾼 뒤 17일 회사에 사표수리를 보류해 줄 것을 요청해 중앙일보 안팎에 물의를 불러 일으켰었다.
중앙일보측은 "김 위원이 한나라당에 공천을 접수시킨 적은 없으나 총선을 앞두고 언론인으로서의 처신이 신중치 못해 결과적으로 안팎에 물의를 빚은 데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해, 일단 총선때까지 칼럼이나 사설을 쓰는 논설위원직을 계속 수행하지 못하도록 대기발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측은 김두우 위원에 대해 4월 총선이 끝난 뒤 본인의 처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거취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 "목숨을 건 물갈이가 한나라당이 살 길"**
김두우 위원은 평소 '아하! 김두우가 본 정치세상'이라는 기명칼럼을 비롯해 정치관련 사설을 써왔던 중앙일보의 간판급 정치논객중 하나였다.
김 위원은 또 지난 3일에는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가 주최한 세미나에 주제 발표자로 참석해, 한나라당을 '말기 암환자'에 비유하며 과감한 인적청산을 주문하기도 했었다.
"한나라당은 중증환자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고칠 수 있는 많은 시간과 기회를 다 놓쳤다. 간염에서 만성 간염으로, 그러다가 간경화로, 내버려두니 간암으로 진행됐다. 옆에 있는 의사, 간호사, 가족, 친지 모두 다 알지만 정작 당사자만 모른다. 정당은 국민 지지로 버텨야 되고 지지가 사라지면 해산해야 되는 게 정당이다."
김 위원은 "지금 한나라당이 세 가지의 큰 환상을 갖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차떼기' 이미지가 사라진다는 것 ▲노무현 대통령은 너무 불안하고 열린우리당은 콘텐츠가 없어 국민들이 지켜보다가 한나라당을 선택하리라는 것 ▲수도권 지역에서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표를 가를 테니 한나라당이 우세하리라는 '3자 필승론'을 꼽았다.
김 위원은 "이같은 환상은 모두 한나라당의 헛된 꿈"이라며 "한나라당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역사인식과 시대인식이 턱없이 부족하다. 건강하고, 합리적인 보수로 도덕성을 재무장해 다시 태어나지 못할 바엔 한나라당이 해산되는 게 낫다. 한나라당이 있음으로써 다른 건강한 보수 정당이 태어날 수 없다. 정치사적으로 위기다. 한나라당이 해산하면 차라리 진보에 대한 대항세력이 생긴다. 역사적으로도 중대한 과오 저지르고 있다. 한나라당의 지지를 마지못해 하고 있는 국민들에게도 과오다.
"역사를 두려워해라. 지금의 한나라당은 전략과 비전도 없다. 노대통령을 비난하고 반사이익을 얻으려고 한다. 국민들에게 무슨 비전을 제시했느냐. 당내의 현실적인 여건이 어떻다는 것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건 당내 사정이고 엄밀히 얘기하면 당신네들 얘기다. 국민들과는 상관이 없다."
김 위원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보여 줄 수 있는 카드는 '목숨을 건 물갈이'밖에 없다며 당내 인적쇄신을 촉구했다.
이같은 김 위원의 '쓴소리'는 한나라당 소장파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고, 이를 계기로 김 위원에게 영입제안이 가면서 이번 파동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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