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오는 22일 예정된 나루히토(德仁) 일본 국왕 즉위식에 참석하기 위해 당일 방일할 것이라고 총리실이 밝혔다.
총리실은 이 총리의 방일 일정은 22~24일 사흘간이며, 22일에는 즉위식 및 궁정연회 참석, 23일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대신 주최 연회 참석 및 일본 정재계 주요 인사 면담, 동포 간담회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 총리와 아베 총리가 23일 연회에서의 만남 이외의 별도 회동을 할 것인지 여부는 불확실한 상태다. 총리실은 "참석이 확정된 만큼 아베 총리 회담 일정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율할 예정"이라고만 했다.
아베 총리는 즉위식에 참석하는 각국 대표단과 50여 차례 개별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며, NHK 방송은 한국 총리가 방일할 경우 아베 총리가 단시간 회담을 갖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총리와 아베 총리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일본의 대(對)한국 무역 금수 조치와 화이트리스트 배제, 한국의 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 중단 결정 등 첨예한 대립으로 이어져 온 한일관계에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이 총리의 방일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시점 이후로 보면 약 1년이 지난 시점이다. 한국 정부 내 2인자인 이 총리가 직접 일본을 방문해 신임 국왕 즉위 축하의 뜻을 전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관계 개선을 위해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한일 간 정상급 회동은 대법원 판결 이후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의 한일 정상회담은 작년 9월 25일 유엔총회 계기에 미국 뉴욕에서 이뤄진 것이 마지막이며, 올해 6월 오사카 G20 정상회의 때나 올해 9월 유엔총회 때에는 회동이 불발됐다.
이번 일본 국왕 즉위식도 당초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일본이 자세에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서 이 총리의 참석으로 최종 낙착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총리가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의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다만 아베 총리는 즉위식 참석 각국 대표단과의 회동을 15분 정도로 예상하고 있어, 만약 이 총리와도 이 정도의 '단시간' 회동만 한다면 강제징용 판결이나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지소미아 등 현안에 대해 상세한 논의를 교환하기는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양측의 관계 개선 의지 정도만을 확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평소 '지일파'로 꼽히는 이 총리의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 총리는 동아일보사 기자 시절 도쿄 특파원을 지냈고, 국회의원일 때는 국회 한일의원연맹 수석부의장을 맡기도 했다. 나루히토 신임 국왕과도 작년 3월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물 포럼'에서 만나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나루히토 국왕은 당시 일본 왕세자로서 포럼에 참석해 이 총리와 만나, 이 총리가 한일관계 개선 지원을 당부하자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과거를 반성하는 바탕 위에서 좋은 관계가 구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지난 8월 참의원 회의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나라"라면서도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려 놓는 계기를 만들 것을 한국에 대해 요구한다"고 말해 한일관계 복원 책임은 한국에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의 태도에 변화가 없는 만큼, 이 총리의 방일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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