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올해말부터 대폭 강화하기로 한 논술시험과 관련, 고등학생들이 읽어야 할 책을 50~1백권 지정하고 그 가운데서 문제를 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정 총장의 방안은 요즘 서울대 신입생들의 독서량이 턱없이 부족한 데 따른 고육지책적 성격이 강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양서 50~1백권 지정하고 그 가운데서 논술 문제 내"**
24일 <교수신문>에 따르면, 정운찬 총장은 지난 6일 실시한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글쓰기, 말하기 등 기본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방식의 논술 시험은 안 된다"면서 "고등학교 3년 과정에서 읽어야 할 책을 50권이나 1백권 공표하고, 논술문제는 거기서 내도록 하자고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장은 "현재 논술 시험에서는 사회과학 문제의 경우 어떤 질문이 나와도 효율성, 형평성을 기준으로 쓴다"면서 "학원에서 가르쳐주는 대로 써 80%가 똑같다"고 현행 논술 시험을 비판하면서 이처럼 제안했다. 서울대는 정 총장이 제안한 취지에 맞는 논술 방식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 총장은 또 '대학 구조조정'과 관련해 대학과 대학원의 정원을 줄이는 대신 대학원생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정 총장은 인터뷰에서 "서울대가 대학원생을 너무 많이 뽑으니까 지방대 대학원에 학생이 없고, 이렇게 지방대가 죽으니까 지방대에서 교수를 안 뽑아 서울대 나와도 갈 데가 없다"면서 "모든 교수들에게 일정수의 대학원생을 배정하고 학생들에게 등록금과 최소한의 생활비를 주고, 대학원생을 더 뽑고 싶으면 연구비를 타다가 학생들의 등록금과 생활비를 주는 방안을 제도화하겠다"고 대학원생 지원 의지를 밝혔다.
***"반쪽짜리 지성인 없애겠다"**
정 총장의 이같은 논술 방향 제시는 정 총장이 총장 부임후 취한 일련의 조치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근원적으로 고등학생들의 책 읽기를 독려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정 총장은 취임후 학내에 교수들로 구성된 '글쓰기 센터'를 만들어 대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달한는 훈련을 시키고 있다. 정 총장은 이와 관련, "요즘 몇년간 신입생들을 살펴보면 문과 출신의 경우 자연과학 등에 대한 기초지식에 부재하고, 이과 출신의 경우는 인문사회과학에 대해 너무나 무지하다"며 "이런 반쪽짜리 지성을 갖고서는 졸업후 사회를 책임질 지성으로 역할하지 못한다"면서 이같은 교육 프로그램 도입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정 총장은 이어 내년도 서울대 시험에서 논술 비중을 대폭 강화하기로 하고, 이번에 그 구체적 대안으로 '양서 50~1백권 선정'을 제안한 것이다.
정 총장의 이같은 방침은 현재 학원 위주의 주입식 논술 교육에 일대 변화를 일으킬 전망이며, 다른 대학들의 논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대 폐지론 감정적으로 찬성 못해"**
한편 정운찬 총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이는 '서울대 폐지론'이나 '전국 국립대 통합'과 같은 개혁 방안들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 총장은 "서울대 출신들이 밀어주고 끌어주는 특혜를 누려온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고 음양으로 사회발전에 봉사하고 있는 서울대 출신도 많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앞으로 사람을 평가할 때 다면적으로 하기 때문에 서울대 나온 것이 유리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서울대 폐지론이나 전국의 국립대학을 서울대화하는 것은 우선 감정적으로 찬성 못한다"고 '서울대 폐지론' 등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정 총장은 "서울대를 폐지할 것이 아니라 투자를 많이 해서 유수한 대학을 여러 개 만들고 이 대학들이 경쟁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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