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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위협·여성혐오에도 "나는 출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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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위협·여성혐오에도 "나는 출마하고 싶다"

아프가니스탄 '유명 정치인' 말라라이 조야의 '무한도전'

지난 2005년 최연소이자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아프가니스탄 의회에 입성했던 정치인 말라라이 조야(31)가 정치 컴백을 시도한다.

<뉴욕타임스>는 2007년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의회를 거세게 비난하면서 의회에서 제명당했던 그녀가 오는 9월 아프가니스탄 의회 선거에 출마하길 원하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야는 자신의 회고록 <군벌들 사이의 한 여성> 프랑스어판 출판을 위해 파리를 찾은 지난달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녀는 "언젠가 범죄자들을 법정에 불러 세우기 위해 내 삶을 바치겠다"며 출마 목적을 분명히 했다.

조야의 험난한 정치도전기

▲ 말라라이 조야는 2005년 27세의 나이로, 여성 최초로 아프간 의회에 진출했었다. 2006년 광주인권상 수상을 위해 방한했을 당시의 모습 ⓒ연합뉴스
조야는 아프가니스탄의 민주주의와 여성 인권 함양을 위해 아프간 군벌에 맞서 싸워온 인물이다. 2003년 아프간 제헌의회에서 '군벌타도'를 외치며 세상 앞에 존재를 나타낸 그녀는 2005년 서부 지역인 파라에서 당선돼 정치에 입문했다.

그녀의 정치 인생은 말 그대로 도전의 연속이었다. 당시 그녀가 발언을 하려 할 때 마이크가 꺼지는 것은 다반사였다. 또 "의사당에 범죄를 저지른 무자헤딘이 있다"고 비난하자 일부 의원들이 그녀에게 물병과 샌들을 던지기도 했다.

조야는 결국 방송 인터뷰에서 "의회는 마구간만도 못하다"고 말했다가 '괘씸죄'로 빌미가 잡혀 의회에서 추방당했다. 헌법에 보장된 의원 제명 절차는 지켜지지 않았다.

정치 컴백까지는 가시밭길

그 후로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을 알리고 있는 그녀는 아프간 군벌에게 위험인물이자 눈엣가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조야는 지금까지 네 번의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았으며, 보디가드의 호위 아래 밤마다 은신처를 옮겨 다녀야 할 정도로 여전히 위험한 삶을 산다. 살해 위협은 일상적인 일이라 심지어 그녀는 결혼식 때 사용한 꽃에도 폭탄이 있나 점검해야 했다.

이런 이유로 조야는 9월 선거에서 그나마 안전한 수도 카불에서 출마하길 원하고 있다. 집에서 집으로 이동하는 시간에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변수는 안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여성인데다가 정부에 비판적인 그녀에게 출마가 호락호락 할 리 없다. 일단 선거에 나간다고 하더라도 방송·미디어 유세는 언감생심이다. '여성의 권리를 위해, 인권을 위해, 권리 침해와 점령에 맞서서'라는 그녀의 선거용 메시지는 '비방용'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아프간에서 이러한 메시지는 전화나 안가(安家)의 비밀회의, 그리고 포스터 선전으로밖에 전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표를 얻는대도 승리가 '허락'될지는 미지수다. 선거 조작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조야는 "누가 투표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표를 세느냐가 문제다"라는 말로 이를 꼬집었다.

"조야는 포퓰리스트" 지적도

조야가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고 국내에서도 적잖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그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의 앞길을 가로 막는 장애물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조야가 세속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공유하는 정치적 동맹을 결성하는데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영국 신문 <가디언>의 칼럼니스트이자 전 아프가니스탄 특파원이었던 조너선 스틸은 "조야의 용기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면서도 "그녀는 단순히 하나의 목소리에 그치지 말고, 운동의 일부가 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조야의 접근법을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그녀는 정부와 정면으로 맞섬으로써 많은 권력자들에게 채찍이 되어 줬지만, 자신과 힘을 합칠 수 있는 사람들마저 분열시켰다는 것이다.

아프간 독립 인권위원회의 지도자인 네이더 네이더리 인터뷰에서 조야의 방법이 늘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며 그녀를 '포퓰리스트'라고 규정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조야의 지적을 한 귀로 흘리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 대변인은 조야의 정부 비난에 대해 "정부는 부패하지 않았고 다만 정부 내에 몇몇 부패한 이들이 있을 뿐"이라며 "정부는 이 문제를 확인한 뒤 풀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성의 권리신장, 의회 내 군벌들의 재판회부와 같은 그녀의 요구에 대해서도 '진전시키고 있다' '(군벌들의 죄과를)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패한 정권과 나토군은 모두 우리의 적"

그러나 조야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투철하다. 그는 미국의 개입으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지위가 향상됐다는 시각을 반대하며, 아프간 여성들은 현재 '지옥보다 못한' 상태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친족 폭행, 강간, 강제 결혼, 자살 등으로 고통 받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카르자이 대통령이 부패하고 여성혐오증에 걸려 있으며 군벌로 둘러싸여 있다고 비난한다.

한편 조야는 미군과 나토군의 즉각적인 철수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나토군이 군벌 세력의 뒤를 봐줌으로써 여성에 대한 압제를 영구화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야는 설사 내전으로 인한 폭력이 늘더라도 '두 명의 적 보다는 한 명의 적과 싸우기 쉽다'는 입장을 여러번 밝혀 왔다. 그녀는 이번에도 "우리는 혼자 살아가는 편이 더 낫다"며 "우리 스스로 운명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될 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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