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고성의 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산업재해로 일주일 사이 두 건의 사상 사고가 발생했다. 9월 27일에는 에어재킷(더위를 식히기 위해 입는 통풍이 되는 용접작업용 조끼)에 불이 붙어 노동자 1명이 전신 22%에 3도 화상을 입었다. 4일에는 또 다른 노동자가 파이프 안에서 용접작업 중 산소 농도가 낮은 공기를 들이마셔 질식사했다. 두 명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다.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은 7일 경상남도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같은 현장에서 일주일 만에 두 건의 중대 재해가 발생한 것은 이번 사고가 단순히 일회성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를 내재한 사고임을 말해준다"며 "두 사고는 모두 원청인 SK건설이 공사기한 단축을 재촉하고 하청인 성도ENG가 노동자에게 위험 작업을 강요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산재 사고의 전형적인 패턴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플랜트건설노조는 "SK건설과 성도ENG는 민형사상 책임을 다하는 것은 물론 두 건의 중대 재해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함께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고, 유가족들 앞에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노동부는 고성하이화력발전소 내 모든 작업장의 작업을 전면 중지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회사가 안전 관련 지침과 규칙을 위반해 일어난 인재
9월 27일 에어재킷 화상 사고는 파이프를 절단하는 글라인더 작업 중 불꽃이 용접공 오 씨의 에어재킷에 튀면서 일어났다. 불꽃이 튀자 에어재킷에는 폭발하듯 불이 붙었다. 주변 동료들이 달라붙어 더 큰 화재로 번지는 것은 막았지만, 오 씨는 전신 22%에 3도 화상을 입었다. 동료들은 사고 발생 즉시 현장 관리자에게 보고했으나, 오 씨는 사무실로 옮겨졌다가 119 응급차가 아닌 회사 승합차를 통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플랜트건설노조에 따르면, 오 씨에게 지급된 에어재킷은 산업안전보건공단이 발표한 "공기재킷의 제작 사용에 관한 기술지침"을 지키지 않은 채 만들어졌다. 지침은 에어재킷에 타지 않는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오씨가 입은 에어재킷에는 불이 옮겨 붙었다.
4일 질식사는 용접공 주 씨가 눕혀진 ㄷ자 모양으로 설치된 파이프의 낮은 곳에서 아르곤가스를 채우고 용접 작업을 하던 중 일어났다. 아르곤가스는 용접 작업 시 고온의 금속이 산소에 노출되며 생기는 산화를 막기 위해 사용되는 기체로 그 자체로 유해하지는 않다.
다만, 일반적인 공기보다 1.1배 가량 무겁기 때문에 낮은 곳에 있는 공기를 밀어내 산소 농도를 떨어뜨려 질식을 유발한다. 사고 당일 주 씨가 작업 중인 파이프 안에서 산소 농도가 가장 낮은 곳의 농도는 4%였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소 농도가 18% 미만인 장소 등을 밀폐공간으로 규정해 작업규칙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플랜트건설노조에 따르면, 사고 당일 사전 공기측정, 환기, 보호구 착용, 밀폐 공간에 대한 경고 표시 등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작업규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공정 단축 100일 작전 시작 20여일만에 두 건의 중대재해 발생
플랜트건설노조에 따르면, 에어재킷 폭발 사고는 원청인 SK건설이 건설 기간을 단축하겠다며 '공정목표 100일 작전'을 시작한지 11일 만에 일어났다. 아르곤가스 질식사는 그 일주일 뒤에 발생했다. 특히 오 씨와 주 씨가 소속된 하청업체인 성도ENG는 100일 작전 시작 뒤 월 공정률 목표를 20% 초과하면 추가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현장 노동자들의 작업을 재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플랜트건설노조는 고용노동부 통영지청과 면담을 갖고, 현재 성도ENG 작업 협장에만 내려진 작업 중지의 전면 확대를 요구했다. 하해성 플랜트건설노조 정책기획국장은 "현재 진행 중인 고성하이화력발전소 건설 작업 대부분이 파이프 연결 작업이며, 어느 팀이 어디에서 아르곤가스를 쓰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제대로 된 현장 점검과 안전 대책 수립 후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작업하기 위해 작업 중지 전면 확대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