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기평이 법률 자문 결과를 받은 날은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의 "국가 연구개발 과제로 진행한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촉발했다"는 발표 열흘 전으로, 지열발전 주관기관이 정부의 원인조사 결과 발표가 있기도 전에 책임회피와 소송준비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에기평은 법률자문을 통해 정밀조사 결과 지열발전소와 지진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피해자 보상 여부, 인과관계 인정경우 에기평에 대한 국가배상청구소송 쟁점, 에기평의 손해배상책임 여부 등을 물었다.
법무법인 측은 책임회피와 소송대응을 위해 에기평이 준비해야 할 자료와 대응 방식 등을 상세하게 자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에기평은 국정감사 준비과정에서 지열발전과 관련한 ‘법률자문 현황’을 제출하라는 의원실 자료요구에 “관련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허위자료를 제출해 법률자문 사실 자체를 은폐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낳고 있다.
의원실의 자료요구 당시 에기평의 담당자는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때도 난리가 났는데다 감사원 감사 중에 어떻게 그러한 법률 자문을 의뢰했겠느냐”며 “그러한 문건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해당 법무법인이 에기평에 보낸 보고서에는 해당 법인의 공문서 번호가 찍혀 있음은 물론 수신자란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으로 되어 있지만, 에기평의 공문서 수발신 목록에는 해당 문건의 수신 기록조차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정재 의원은 “지진 피해 주민이 정부조사연구단 발표를 숨죽이며 기다릴 때 에기평은 책임 회피와 소송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며 “에기평의 법률자문 자체도 도덕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이 사실을 허위공문서 작성과 허위자료제출과 같은 불법으로 은폐하려 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 지적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한편 김정재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 질의에서 지열발전사업 입지선정 부적절성과 지열발전 관정에서의 전문가 위험성 충고 묵살, 3.1규모 지진 발생에도 정부가 아무런 조취를 취하지 않은 점, 안전 매뉴얼 부재 등 지열발전 과정에서 정부의 총체적 관리부실 문에제 대해서도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
김정재 의원은 산자부 장관을 상대로 “신재생에너지사업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정부 스스로 지열발전사업 과정에서의 안전관리 문제점을 인정하고, 개선 의지가 전제되어야 한다”며 정부의 인식과 태도 전환을 강력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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