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주민투표를 4일 앞둔 시점에서 찬·반 양측의 대규모 집회가 부안읍에서 열렸으나 우려했던 양측의 충돌은 없었다. 주민들이 '주민투표 승리'를 결의한 데 대해, 찬성측이 '주민투표 결사반대'를 말하고 있어 주민투표를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2일로 예정돼 있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결도 향후 상황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수원 부안 출신 신입사원, 눈물로 유치 호소**
10일 찬·반 양측의 대규모 집회는 찬성측 1천여명이 부안예술회관 앞에서 오후 2시 집회를 여는 것으로 시작됐다. 전라북도와 한국수력원자력(주)이 후원한 10일 집회는 부안군과 전북도청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인원을 동원했다는 '관제 데모' 의혹을 사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는 강현욱 전북도지사, 김종규 부안군수, 김형인 부안군의회 의장, 정영복 위도발전협의회 회장, 김명석 부안국책사업유치추진연맹 회장 등 지난 7개월간 핵폐기물처리장 유치를 맨 앞에서 주장했던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부안 외부 시민사회단체의 조종설을 다시 한번 제기하고, 반대측 인사들에 대한 인신공격을 하면서 2·14 주민투표를 막아낼 것을 종용했다.
전북 인터넷신문 <참소리>에 따르면 김명석 회장은 "군수 선거에서 낙선했던 일부 지역 정치인들과 반핵·환경 단체들이 7개워간 부안 군민들을 폭력과 폭압으로 세뇌시키면서 반핵 공화국을 만들었다"며 "불법적이고 비민주적인 주민투표를 거부하고 쓰러져가는 부안군을 살리자"고 말했다. 반대측 인사들에 대한 인신공격도 이어졌다. 김형인 군의회 의장은 "애도 못 낳는 종교인들이 나설 일이 아니다"면서 "굴러온 외부 세력들이 부안을 망쳐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도발전협의회 정영복 회장은 "2.14 불법주민투표를 저지하기 위해 죽음으로 항거하겠다"고 주민투표 방해 의사를 노골적으로 밝혔고, 김종규 군수도 "내가 죽음의 위협까지 느끼며 이 사업을 해야 하는지 고뇌를 느낄 때도 있지만 이것만이 부안 발전을 위한 사업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대책위와 환경단체들의 주장에는 미래에 대한 비전제시가 없다"고 핵폐기물처리장 유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번 밝혔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한수원에 입사한 부안 출신 신입 사원 20여명이 나와 군중들 앞에 큰 절을 하고 여성 신입사원이 눈물을 훔치면서 핵폐기물처리장 유치의 당위를 역설하는 해프닝도 기획돼 눈길을 끌었다. 대표로 나선 한수원 신입사원은 "우리는 부안을 살리기 위해 부안으로 온 것"이라면서 "부안의 자식으로 부안 고향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주민 3천여명 촛불집회 2백일 기념 행사**
4시부터는 수협앞 4거리에서 촛불집회 시작 2백일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4일을 앞둔 주민투표를 결의하는 장으로 기획됐다.
이날 집회에는 부안 주민투표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기 위해 9일 입국한 일본 '자주관리 주민투표'를 성사시킨 마끼초의 가네꼬 사다오 씨가 부안 주민들을 격려했다. 가네꼬 사다오 씨는 "34년 동안 추진된 원자력 발선소를 마끼초 주민들은 주민투표를 계기로 몰아냈다"면서 "부안의 투쟁은 일본에서도 큰 공감을 일으키고 있다"고 부안 주민들을 격려했다. 가네꼬 사다오 씨는 일본 주민들의 모은 성금을 대책위에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 7개월 동안 부안 주민들과 함께 했던 문규현 신부의 기도도 눈길을 끌었다. 문규현 신부는 "부안을 지키겠다는 절규가 2백일을 맞은 오늘, 이 땅과 아이들을 지키려는 촛불은 결코 꺼지지 않는다"고 부안 주민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현민 집행위원장 대행은 "부안 주민들은 지난 7개월간 투쟁을 통해 국가 폭력으로부터 부안 공동체를 지켜냈다"면서 "정부는 2·14 주민투표 결과를 깨끗이 받아들이고 승복해야 한다"고 정부가 주민투표에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12일 법원 결정이 큰 고비될 듯**
한편 12일로 예정된 법원의 '주민투표 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판단이 2·14 주민투표가 진행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법원이 찬성측이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그 동안 준비해온 주민투표를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상황에 따라서는 부안 주민들의 정부에 대한 분노가 다시 불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민투표 관리위원회는 일단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기각할 것'을 자신하고 있다. 현재 부안 주민들이 추진하고 있는 주민투표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일종의 정치적 행동의 성격이 짙고, 7월에 주민투표법이 발효되기 전까지 주민투표와 관련된 법이 없기 때문에 법원이 불법으로 규정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찬성측은 "주민투표법이 지난 1월 제정된 만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주민투표가 실시되어야 한다"면서 "주민투표를 자체적으로 실시한다면 향후 민원이 발생하는 타 지역에서도 주민투표가 남발되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도 있다"고 주민투표를 깎아내리고 있다.
법원은 12일경 "정치적 판단을 배제한 법 논리에 근거해서 2·14 주민투표에 대한 판단을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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