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 부부장 등과 차기 6자회담과 관련해 의견을 나눈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중국도 ‘동결 대 보상’의 타당성을 인정했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차기 6자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핵동결 대가에 대한 요구를 완화하고 공동문서안 조율에도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 잇따라 나와, 오는 25일 열릴 2차 6자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북 외무성 대변인, “중국, 우리의 ‘동결 대 보상’ 타당성 인정”**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0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왕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핵문제 해결을 위한 동시일괄 타결안과 그에 따르는 첫 단계 조치로 우리가 내놓은 ‘동결 대 보상’ 제안의 타당성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어 “김계관 부상과 왕이 부부장이 차기 6자회담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 공동으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혀, 2차 6자회담에서 북한과 중국이 공동협력하기로 했음을 강조했다.
김계관 부상은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베이징을 방문, 왕이 부부장이외에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부 상무 부부장 등을 면담하고 핵과 6자회담에 관해 토의했으며 양국의 공동관심사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이같은 보도에 따르면 중국이 북한의 보상 요구에 대해 수긍을 했다는 의미여서 북한이 주장해온 핵동결에 따른 ‘보상’에 대해 이번 회담에서 어느 정도 합의를 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영변 흑연감속로 가동 중지 등의 핵동결에 대한 보상으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정치-경제-군사적 제재 해제 및 중유 및 에너지 지원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같은 북한의 주장에 대해 미국측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를 주장해와 차이를 보여 왔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당사국, 현실적 기대 가져야”**
중국 장치웨(章啓月)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 이후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6자회담에 참여하는 각 당사자들은 현실적인 기대를 품어야 하며 그래야만 진전이 가능하다”고 말해 북측 주장을 일정 부분 뒷받침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장 대변인은 그러면서도“문제가 매우 복잡하며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상이한 견해를 갖고 있다”며 “이 문제가 한두차례 회담으로 해결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이러한 ‘현실적 기대’와 ‘장기적 해결 과제’ 발언은 미국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의 신속한 해결보다는 북한의 점진적 해법에 보다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특히 북한의 동결 대 보상에 중국이 타당성을 인정했다는 북한 방송의 보도와 함께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해 미국과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라 더욱 그러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왕이 "북한이 이번 만큼은 진지"**
차기 6자회담 사전조율차 일본을 방문 중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 부부장도 "북한이 이번 만큼은 진지하다"고 말해 북한의 전향적 협상태도를 전했다.
11일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왕 부부장은 전날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외무성 외무심의관 등과 회담한 자리에서 이번 6자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열의를 이같이 설명했다.
왕 부부장은 "(북한이) 이번 만큼은 움직일 것 같다. 이런 얘기를 일본이 미국에도 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美, 중국에 "북 입장 지지는 차기 6자회담에 도움 안돼”**
하지만 아직 미국의 태도는 중국측 협상방식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협상전망에 대한 낙관이 아직 시기상조임을 시사하고 있다.
AP 통신은 이에 앞서 지난 7일(현지시간) “중국은 미국이 주장하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범위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이견에 대해 미국 행정부 관리들은 차기 회담에서 북한에 이점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은 플루토늄뿐 아니라 우라늄 프로그램도 전면폐기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통신은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한 이같은 차이로 인해 “중국은 미국보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 동결에 대한 주장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관리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에게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은 특히 차기 6자회담 과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라크전 장기화 등의 이유로 민주당의 케리 후보에게 지지율이 밀리면서 초조해하고 있는 조지 W.부시 미대통령이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와 북한은 다르다"며 북핵 문제를 외교로 풀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는등, 부시가 북핵문제를 악화시킬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드러내 차기 6자회담에서 전향적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 핵동결 대가에 대한 요구사항 완화”**
이처럼 미국과 이견을 보이고 있는 중국이 북한의 ‘동결 대 보상’ 제안의 타당성을 인정했다는 보도와 함께, 북한이 6자회담에서 핵동결 대가에 대한 요구를 완화하고 차기 회담에서 공동문서안 작성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보도도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본의 교도(共同) 통신은 10일 회담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북한은 제1단계 합의조치인 핵동결에 대한 대응조치로 요구하고 있는 에너지 지원,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정치, 경제, 군사적 제재 해제 등의 3가지 요구사항에 대해 입장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이같은 의사를 중국 등 관계국에 전달했으며 실제 협의단계에서는 이 3가지 요구사항에 구애받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이같은 북한의 입장변화는 지난 해 12월 중국 왕이 부부장의 북한 방문이후 나왔으며 이러한 입장변화로 차기 6자회담 개최가 합의됐다”고 전했다.
***“북, 공동문서안 작성에 적극적 자세”**
이와 함께 북한이 차기 회담에서 준비하고 있는 공동문서안 작성에 적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중국을 방문한 북한의 김계관 부상 일행에 영어 통역원이 포함돼 있었다. 이 신문은 “북-중간 협의에서는 중국어, 한국어 통역원이 준비하는 것이 관례인 것에 비추어 영어로 이루어지는 공동문서안 작성을 위한 사전 조정을 위해 대동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공동문서안은 관련국의 언어가 다양한 관계로 영어권 이외의 국가들도 모두 사전 조정 단계에서 영어로 조율하게 된다.
또 신문은 김계관 부상과 별도로 중국에 입국해 김계관 부상과는 다른 일정에 따라 움직인 이근 북한 외무성 부국장과 영어 통역원은 중국측과 문서와 관련한 조정을 계속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근 부국장과 함께 중국에 입국한 영어 통역원이 지난 1차 6자회담에서도 참석한 통역원으로 알려져 더욱 가능성이 높다고 신문은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차기 6자회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10일부터 일본을 방문중인 왕이 중국 부부장은 오는 13일부터 15일까지는 우리나라를 방문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이수혁 차관보를 만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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