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주민투표를 5일 남겨둔 가운데 일본에서 최초로 주민 스스로 주민투표를 실시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막은 마끼초(町) 주민이 부안 주민들을 지지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주민투표 운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가네꼬 사다오(金子貞男, 46) 씨는 "한국 정부가 주민 의사의 자유로운 표현 행위인 부안 주민들의 주민투표를 방해하거나, 그 결과를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한국 정부에게 부안 주민들의 주민투표를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주민투표 계기로 지자체장 사퇴, 원전 건설도 막아**
1995년 1월 일본에서 지자체장의 원전 건설 유치 움직임에 맞서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주도한 '자주관리 주민투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가네꼬 사다오 씨가 부안 주민투표 관리위원회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오전 종로구 안국동 참여연대 회의실에 마련된 기자 회견장에서 가네꼬 사다오 씨는 일본의 마끼초의 경험을 얘기하면서, 부안의 주민투표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가네꼬 사다오 씨는 "1995년 1월 원전을 유치하는 지자체장에 맞서 주민들이 주도하는 '자주관리 주민투표'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면서 "이 '자주관리 주민투표'를 계기로 그 해 12월 지자체장이 사퇴하고 이듬해(1996년) 보궐선거에서는 '주민투표 실행 모임' 대표가 새로운 지자체장에 취임했다"고 일본의 경험을 설명했다. 결국 원전 유치를 반대하는 새로운 지자체장과 주민들의 계속된 노력 끝에 최근 2004년 2월5일 정부는 마끼초에 세계 최대의 원전을 유치하려는 계획을 완전히 백지화했다.
이 과정에서 마끼초 주민들은 '자주관리 주민투표'를 계기로 지역의 중요 사안을 주민투표로 처리하는 '주민투표 조례안'을 만들었다. 국가나 전력회사에서 나오는 거액의 지원금에 의존해 원전 건설과 같은 개발 계획을 일방적으로 추진해온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의회에 대항해서, 주민 자신의 정치적 힘을 되찾은 것도 큰 성과였다. 마끼초 주민들의 직접민주주의의 함의를 띤 노력은 이후 일본 주민 운동의 상징 중 하나가 되었고, 그 후 전국에서 여러 가지 주제로 5번에 걸쳐 주민투표가 실시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부안 주민투표는 자유로운 표현 행위"**
가네꼬 사다오 씨는 "부안의 주민투표는 자유로운 표현 행위의 하나"라며 "한국 정부가 민주국가를 표방한다면 정부는 부안 주민들의 자유로운 주민투표를 보호하고 또 주민투표의 결과를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네꼬 사다오 씨는 또 "주민들의 자체 주민투표는 공명성과 객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모든 정보와 투표 행위를 사회에 공표해 공명성과 객관성 확보에 힘써야 한다"고 주민투표 관리위원회에게 당부했다.
가네꼬 사다오 씨는 "우리 경험을 통해 부안 주민들의 상처를 누구보다도 공감하고 있다"면서 "온갖 탄압과 방해를 물리치고 핵폐기물처리장에 대한 주민들의 의사를 표현해 온 부안 주민들의 노력은 진정한 민주주의가 지역사회에 정착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부안 주민에 대한 지지와 연대 의사를 밝혔다.
***"부안의 주민투표 중요한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할 것"**
한편 2000년 9월~11월 사이 일본을 방문하는 중에 마끼초 주민들을 만나 그들의 경험을 직접 접하기도 했던 주민투표 관리위원회 박원순 위원장(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은 자체 주민투표의 의미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마끼초에서 자체적으로 주민투표를 조직한 주민들은 대부분 지역에서 술도가를 운영하는 등 생업에 종사하는 평범한 이들이었다"면서 "이들이 주민투표를 계기로 정치적으로 성숙돼, 주민들을 배제한 공공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국가와 기업, 지방자치단체의 횡포에 맞서 일본 민주주의의 상징이 될 만한 정치적 행동을 해냈다"고 그 의미를 밝혔다.
박 위원장은 "부안 주민들의 주민투표 역시 마끼초 주민들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이 될 만한 의미있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하승창 위원('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은 "일본의 주민투표가 지자체장 사퇴, 원전 건설 백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정치적 압력 수단이 되었듯이, 부안의 주민투표도 높은 투표율로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주민들의 집약된 의사가 큰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김종규 부안군수나 전북도, 정부가 주민들의 의사를 따르기를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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