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 대전mbc 아나운서는 2017년에 입사해 <뉴스데스크>, <생방송 아침이 좋다>, <건강플러스> 등을 진행하면서 약 3년간 근무를 했다. 김 아나운서의 고용 형태는 '프리랜서', 프로그램 별로 계약을 맺는다. 정규직에 비해 임금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하다. 김 아나운서를 비롯해 대전mbc 여성 아나운서는 모두 정규직이 아니다. 여성 정규직 아나운서 시험 자체가 없다. 지난해 5월 대전mbc는 신입사원 정규직 공채를 시작하면서 내부 지시로 '남자 아나운서 자리'인 것을 누설하지 말라는 함구령을 내렸다. 채용공고에는 '성별제한 없음'이라고 돼 있었다. 최종 합격한 정규직 아나운서는 당연히 남성이었다. 김 아나운서는 유지은 아나운서와 인권위원회에 채용 차별 시정을 요구하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때부터 회사는 김 아나운서와 유 아나운서에게 퇴출 수준의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지난 9월 3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을 기준으로 16개 지역 mbc에 근무하는 여성 아나운서 40명 가운데 정규직은 11명으로 27.5%였다. 반면 남성 아나운서는 전체 36명 가운데 31명 86.1%가 정규직이었다. 남성 아나운서 정규직 비율이 여성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지역mbc의 여성 아나운서 대부분은 프리랜서나 계약직으로 고용되기 때문이다.
여성 아나운서는 나이 들기 전에 퇴출시켜야 한다고?
13개 시민단체 연대체인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1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 문화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의 채용 성차별을 규탄했다. 공동행동은 지난해 KB국민은행이 여성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해 탈락시킨 것이 드러나면서 만들어진 단체다.
공동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성차별 채용 관행이 공영방송 mbc에서도 드러났다"며 "신입 남성 아나운서가 정규직으로 고용될 때 여성 아나운서인 유지은, 김지원 아나운서는 노동자로 인정조차 되지 않는 특수고용이었다"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방송사 내에는 '여성 아나운서는 늘 예뻐야 하고 늙으면 안 된다'는 식의 성차별 사고가 만연해 있다"며 "이러한 성차별 사고는 '고용'이라는 구조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mbc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채용할 때부터 성차별을 일삼고 있다"며 "성차별채용은 '관행'이 아니라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범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 아나운서를 차별하고 있는 mbc가 '더 넓고 깊은 시선으로' 다른 기업의 채용 문제를 보도할 자격이 있느냐"며 "'적폐청산' 구호를 내걸고 취임한 최승호 mbc 사장은 채용 성차별 재발 방지를 위해 인사 시스템을 정비하라"고 요구했다.
공동행동이 밝힌 바에 따르면, 대전 mbc는 남성 아나운서를 신규채용 할 때 군대 2년의 경력을 인정하고 호봉을 부여한다. 반면 2014년 입사한 유지은 아나운서는 2008년부터 약 6년간의 관련 경력이 있었지만 회사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유 아나운서와 김 아나운서는 정규직이 아니라 프리랜서였기 때문에 법정 유급연차휴가 일체가 지급되지 않았다. 심지어 남성 아나운서가 긴급 휴가를 간 동안 대체업무를 수행하고도 무급휴가를 받지 못했다. 임금은 당연히 차이가 컸다. 신입 남성 아나운서보다 적은 임금을 받았고 심한 경우 월 160만 원까지 차이가 났다.
김지원 대전mbc 아나운서는 "여성 프리랜서 아나운서도 남성 정규직 아나운서와 같이 주말 뉴스 당직을 한 주씩 돌아가면서 담당했고 법정 공휴일이나 연휴에도 근무했다"며 "그러나 기본급, 연치휴가, 임금 등에서 차별을 받았다"고 말했다.
권박미숙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이 사건은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겪는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며 "여성들은 아직도 업무와 상관없는 이유로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권박 활동가는 "두 아나운서의 진정서에는 'mbc 내부에서는 공공연하게 여성은 연령을 이유로 적시에 퇴출하기 위해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는다'는 말이 오갔다고 쓰여 있다"며 "여성 아나운서의 연령과 업무는 무슨 상관관계가 있나"고 물었다.
그는 민우회가 1994년 44개 대기업 채용공고를 고발했던 점을 언급하며 "당시 채용공고에는 하나같이 업무와 무관한 '여성 키 160cm 이상, 몸무게 50kg 이하, 안경불가, 용모단정'이라고 쓰여 있었다"며 "2019년인 지금 여성을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는 이유가 '연령을 이유로 적시에 퇴출하기 위해'라는 말을 다시 듣고 있다"고 말했다.
채용 기회도 적은데 채용 후에는 '비정규직'
권박 활동가는 "채용 성차별은 단지 여성을 채용하지 않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좀 더 복잡한 방식으로 벌어진다"며 지난해 논란이 된 은행권 채용 성차별 사건들을 예로 들었다.
당시 은행들은 남성과 여성의 최종 합격 성비를 내정해놓고 합격권에 든 여성의 점수를 조작해 탈락시켰다. 채용 성차별이 드러난 KEB하나은행은 '은행 내 여성 비율이 이미 높아 성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런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다. 2017년 기준 KEB하나은행의 성비는 여성 60대 남성40으로, 은행의 해명대로 여성이 조금 더 많은 것이 사실이었다.
권박 활동가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불법적인 점수조작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못박으면서 "더욱 심각한 점은 이 성비를 직군별로 뜯어보면 드러난다"고 짚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KEB하나은행 내 정규직 여성 비율은 현저히 적다. 그는 "60%의 여성은 '하위직군'이라 불리는 무기계약직"이라며 "2017년 KEB하나은행 무기계약직의 남녀 비율은 1:99, 그리고 정규직 중 관리자급 이상에서는 99:1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KEB하나은행을 예로 들었지만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성비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은행 무기계약직은 정규직 호봉 체계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일한 연차가 높아질수록 정규직과의 급여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다"고 덧붙였다.
이어 권박 활동가는 지난 30일 보도된 서울메트로 채용 성차별 사례 두고 "면접위원들은 합격권 여성의 점수를 하향조정하면서 '조직과 업무에 적응이 어려워보임'이라고 사유를 기입했다"며 "'여성은 조직에 적응이 어려우니까', '여성이 하기 어려운 일이니까', '여성은 외모 때문에 적시에 퇴출시켜야 하니까'라는 말도 안 되는 말들이 한국사회 전체 노동시장 안에서 여성을 정규직 채용에서 고의적으로 배제하고, 비정규직으로, 특수고용으로, 시간제일자리로 일하게 만드는 근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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