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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엔 '오리' 대신 '오리보트'만…4대강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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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엔 '오리' 대신 '오리보트'만…4대강의 미래는?

[화제의 책] 최병성의 <강은 살아있다>

그는 꼬박 10년을 강가에서 살았다. 덕분에 "밤이면 소곤거리는 여울물 소리를 자장가 삼아 듣기"도 하고, 운이 좋은 날은 "비오리가 새끼들에게 물고기 사냥을 가르치는 재미난 모습을 보기"도 하고, 때때로 물속에 발을 담그며 "새끼 물고기들이 다가와 발등을 톡톡 건드리는 황홀함"을 경험하기도 했다.

강원도 영월 서강가에 살며 쓰레기 매립장을 막는 '서강 지킴이'로 살았던 그가, 지난 2년 동안 틈만 나면 배낭과 카메라를 메고 4대강으로 향했다.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질 비경과 생태계의 모습을 카메라에 10만 컷 이상 담았고, 그의 책장은 4대강과 관련한 논문과 각종 자료로 가득 찼다. 기자도 아닌 목사가 진행한 꼬박 2년간의 취재였다. 이유는 하나, "거짓을 이기기 위해서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환경운동가이자 생태교육가로 잘 알려진 최병성 목사가 4대강 사업으로 위기에 처한 강에 대한 한 편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의 책 <강은 살아있다>(황소걸음 펴냄)에는 4대강 구석구석을 돌며 찍은 사진 수천 컷과 그곳에서 목도한 참혹한 현실, 정부 발표 자료, 그리고 외국의 치수 사업 사례까지 풍부하게 담겼다.

발로 뛰며 작성한, 4대강 사업의 '진실'과 '거짓'

"최병성 목사가 하는 말 한 마디도, 글 한 줄도 책상머리에서 나온 것이 없습니다. 최 목사는 언제나 생명들과 호흡하고 생명들이 아파하는 곳에 있습니다. 그 생명들이 외치는 소리를 인간에게 전하는 이 시대의 귀한 예언자요, 메신저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너무나 소중합니다."

문규현 신부의 추천사처럼, <강은 살아있다>는 저자가 수년 간 4대강 현장을 발로 뛰며 작성한 4대강 사업에 대한 한 편의 '재앙 보고서'이다. 그러나 저자는 책에서 강하게 4대강 사업을 반대하거나 강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진 않는다.

▲ <강은 살아있다>(최병성 지음, 황소걸음 펴냄). ⓒ프레시안
오히려 책은 강과 관련해 수십 년 전 정부 자료와 통계까지 찾아내 제시하며 우리나라 치수 사업의 한계와 현재 진행되는 4대강 사업의 실태, 외국의 물 관리 사례를 비교·분석한다. 글쓴이의 주장을 담기보다, '4대강 사업은 홍수 예방 효과가 있다', '강바닥을 준설하면 수질이 좋아진다' 등 정부의 주장을 소개하며 실제 현실과 하나하나 비교했다. 이런 자료를 통해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이 책이 지닌 미덕은 바로 여기에 있다.

예컨대 한국보다 150년이나 앞서 강을 수로로 정비한 독일과 스위스는 최근 엄청난 비용을 투입해 수로와 제방을 없앴다. 강을 수로로 만드는 것이 오히려 홍수를 발생시키고 지하수 고갈, 생태계 파괴를 유발한다는 뼈아픈 경험의 결과다.

독일의 경우, 이자강 289킬로미터 가운데 겨우 8킬로미터를 복원하기 위해 10년 동안 철저하게 조사하고 준비했다. 그리고 10년 동안 3000만 유로(약 490억 원)를 들여 복원 사업을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4대강 사업은 정반대다. 공사 길이 634킬로미터에 이르는 4대강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는 4개월 만에 종료됐고, 22조 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을 2년 만에 완료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더구나 제방과 수로를 철거하는 세계적 추세와는 달리, 강바닥을 파내고 무려 16개의 보를 세울 계획이다. 역행도 이런 역행이 없다.

▲ 9일 오후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강은 살아있다> 출판 기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최병성 목사. ⓒ프레시안(선명수)

저자는 모래톱이 넓게 펼쳐진 낙동강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한 가족의 사진과 익사 위험 지역임을 알리는 한강의 접근 표지판 사진을 나란히 제시하며,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의 모습을 단적으로 경고한다.

한강에 떠 있는 '물고기 인공 산란장', 오리 대신 '오리보트'만 떠 있는 한강의 모습. 저자는 이런 사진을 통해 "훗날 4대강은 유람선만 떠다니는 죽음의 수로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침묵'의 4대강

1962년, 레이첼 카슨은 맹독성 농약의 사용을 경고하면서 명저 <침묵의 봄>을 발표했다. 그것은 유해 살충제 살포로 돈을 버는 화학 회사, 그리고 이를 방조한 정부와 벌인 한판 전쟁이었다. 봄은 봄이지만 새가 울지 않는 봄,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죽어가는 자연에 대한 경고였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2010년 대한민국의 봄 역시 '침묵' 속에 놓여있다. 지금도 4대강 현장에는 각종 중장비와 포클레인의 굉음이 침묵을 뚫고 있지만, 정부와 토건업체의 굳건한 연대 속에 기성 언론의 침묵 역시 견고하다.



▲ 모래톱에서 오리를 보며 가족과 여가를 보낼 것인가? 아니면 오리 대신 오리보트만 떠다니는 한강에서 여가를 즐길 것인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황소걸음


저자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면서도 날카롭다. 녹조로 뒤덮인 채 매년 100억 원의 비용을 투입해 인공적으로 물을 끌어오는 청계천에서 휴식을 즐길 것인가, 제방과 자전거 도로는 없지만 모래톱과 흐르는 물이 있는 자연 그대로의 강에서 휴식을 즐길 것인가. 오리 대신 오리보트만 떠다니는 강을 만들 것인가.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고여 있는 '많은 물'인가, 아니면 흐르는 '맑은 물'인가.

다시, '침묵의 봄'이 오는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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