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산업용재공구상협회에 따르면 소모성 자재(MRO) 구매대행 등에 종사하는 LG그룹의 자회사 서브원은 지난해 11월 경남 창원에 3200평 규모의 대형 공구 판매시설을 세워 올 3월 개점할 예정이다. 600여 개의 소형 공구상점이 밀집해 있는 상가단지에서 불과 300여 미터 떨어진 거리다.
창원에서 공구점을 운영하는 최권식 LG서브원 창원입점저지 대책위원은 12일 "지난해부터 SSM이 구멍가게들을 어떻게 파괴해왔는지 지켜본 공구상들인데 서브원의 입점이 무슨 결과를 불러올지 몰랐겠느냐"고 말했다.
창원의 공구상가는 대부분 6~10평의 면적을 가진 소규모 점포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매출이 휘청거리긴 했지만 고용인원이 3000여 명에 달해 지역 경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 대형 판매시설이 들어오면 창원은 물론 마산 지역을 포함한 1000여 개의 공구상들이 문을 닫고 대량의 실업자가 발생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LG에 이어 삼성, 포스코, 코오롱도 진출할 수도"
창원지역 공구상인들은 입점 소식을 접하자마자 지난해 11월 사업조정을 신청했고 4번의 자율조정 협의를 거쳤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공구상들은 자신들이 취급하는 자재와 공구는 매장에서 뺄 것을 요구했지만 서브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서브원은 도매 사업에만 진출하겠다며 소매점인 공구상가와 사업영역이 겹치지 않는다고 상인들을 설득했지만 이들의 신뢰를 얻기 어려웠다.
정희준 공구상협회 창원지부장은 "이미 대형 MRO업체의 매출액이 산업용재·공구시장 전체 규모인 3조 원을 넘어선지 오래"라며 "이들이 구매대행 사업을 확대하면서 수많은 영세상인들이 쓰러진 것처럼 대형 판매점이 들어오면 감당할 수 없는 가격 인하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권식 대책위원 역시 "창원에서 이 매장을 허용하게 되면 삼성 아이마켓코리아, 포스코, 코오롱 KeP 등 대기업의 구매대행업체들이 서브원처럼 진출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SSM이 전국적으로 문제가 된 것처럼 공구상들도 광범위하게 피해를 입게 된다"고 주장했다.
▲ 사단법인 한국산업용재공구상협회가 12일 서울 여의도 LG그룹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LG 자회사 서브원이 최근 경남 창원에 3200평 규모의 대형 공구 판매시설을 세운 것을 비판하고 있다. ⓒ프레시안(김봉규) |
중소기업청의 강제조정 결과만을 남겨놓은 이날 서울 여의도 LG그룹 본사 앞에서 창원·포항·목포·구미 등 전국 7개 지회의 약 400여 명의 상인들이 집회를 가졌다. 공구상 협회는 "재벌들이 중소 공구상의 생존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나라 산업용재·공구 유통산업 점포는 약 5만 개에 달하고 종사자는 20만 명에 이른다"며 "대형 MRO 회사가 유통산업을 전부 차지한다면 수십 만의 대량 실업자가 발생하게 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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