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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문화산업 수혜자들, '공익성'에도 기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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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문화산업 수혜자들, '공익성'에도 기대봐?

[中國探究]<79> 兩會의 또다른 풍경…문화정책 둘러싼 격돌

해마다 중국의 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지표 역할을 담당해 온 이른바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함께 일컫는 말)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양회' 역시 경제 분야에 대한 국내외의 이목이 집중되어 왔다. 특히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처음 맞는 회의이니만큼 경제 분야에 대한 관심은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부동산이나 반부패, 상하이 엑스포 등 국내 현안들과 더불어 미국과의 미묘한 신경전 등 대외 관계도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정부업무보고'(政府工作報告)에서 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역설을 빼놓지 않았다. 물론 전체적으로는 역시 경제 문제에 대한 언급이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어, 문화에 대한 언급은 구색 갖추기 성격도 적지 않아 보인다.

원자바오 총리는 "문화가 한 민족의 운명을 바꾼다"며 문화 건설의 강화, 전통 문화의 계승과 발양, 세계 각국 문명의 흡수를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해 공익적 문화 사업의 수행과 '인민 군중'의 기본적인 필요와 권익 보장, 기층에 대한 문화 기초 시설과 공공문화 자원의 배치, 문화 체제의 개혁, 대외 문화 교류 촉진을 통한 중국 문화의 국제적 영향력 증대 등을 위해 노력하자고 역설했다.

이런 주장들은 얼핏 보기에는 당위적이고 의례적인 수사적 표현들인 것 같지만, 사실 그 행간을 읽다 보면 문화 정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기층에 대한 공공문화 자원의 배치는 미술관이나 도서관, 박물관 등의 무료 개방 정책을 추진하고, 문화 체제의 개혁을 통해 방송, 영상, 출판, 문학예술 등의 분야에서 인민 군중의 다양한 문화적 필요를 충족시키자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들이 자신들의 논리를 관철하기 위해 알게 모르게 원자바오 총리의 '업무보고'를 기댈 언덕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다.

▲ 올해 양회에 참석한 장이머우 감독 (오른쪽)
예를 들면, 장이머우(張藝謀)와 펑샤오강(馮小剛) 등 유력한 영화감독들은 정협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전국의 스크린 수가 5천 개에 불과"하다며 도시 문화의 공익성을 내세워 영화관 수의 증설을 강력하게 건의했다.

또 이름난 여류 소설가인 장캉캉(張抗抗)은 정협 위원 자격으로 중국의 저작권법이 규정하고 있는 영상 촬영물의 저작권을 다른 예술 작품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현행 "작품 발표 이후 50년"에서 "저작권자 사후 50년이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로 변경하자고 주장했다. 그녀가 보기에 이 사안은 문화 체제 개혁의 일환인 것이다.

그러나 가장 흥미로운 논쟁은 무엇보다 '시나리오각색상' 신설에 관한 것이다. 역시 장캉캉은 중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루쉰(魯迅)문학상'에 인터넷문학 부문이 신설된 것을 매우 흡족해 하면서 또 한 번의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장캉캉과 이름난 시나리오 작가인 왕싱둥(王興東)이 중국의 유력 영화제들인 '화표장(華表獎)'과 '금계장(金鷄獎)', '백화장(百花獎)' 및 정부가 주관하는 텔레비전 드라마 시상식인 '비천장(飛天獎)' 등에 '최우수 시나리오각색상'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의 주장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들이 원작을 바탕으로 한 '각색' 작업을 통해 작품화되면서도 사실상 최종 생산물에서는 원작자의 이름이 누락되거나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 따른 것이다.

그러니 중국의 '저작권법'이 지지하는 정신에 근거하여 원저작자와 각색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하는데 그 구체적인 조치 중의 하나가 위의 시상식들에 관련된 수상 분야를 넣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런 조치야말로 "중국 영상산업에 있어 지적 재산권의 보호 체계를 더욱 과학적으로 만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 양회에 참석한 펑샤오강 감독

각각 중국영화문학학회 회장(왕싱둥)과 중국작가협회 부주석(장캉캉)을 맡고 있는 이들의 건의는 사실 작년에 이어 계속된 것이며 올해에도 '양회'가 열리기 한 달 전부터 공개 서신을 주고받으며 이심전심으로 이 문제를 이슈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국가방송영화텔레비전총국(SARFT)과 중국문련(中國文聯)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싸늘한 반응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들의 공식적 입장은 "화표장의 경우 이미 '우수 시나리오상' 부문이 있"고, "비천장의 경우에도 '최우수 시나리오상'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 부문이 모두 원저작물은 물론 각색물까지도 '포괄(包括)'하고 있으며, 또 "금계장의 경우도 '최우수 시나리오상'이 있어 추수한 원작 시나리오나 각색 부문을 모두 '포함(涵蓋)'하고 있"어, "조정이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두 위원은 이들이 말하는 '포괄'이나 '포함'이 얼마나 '비과학적'인가를 열렬히 반박해 왔다. 하지만 그들의 소망대로 '최우수 시나리오각색상'이 신설되기에는 아직 요원한 듯 싶다.

총리가 주창하는 문화 건설과 공익 문화사업의 증대, 문화 체제의 개혁 등이 문화 정책 일선에서 어떤 모습으로 변형되고 있는지, 혹은 문화 정책과 문화 산업의 이중 수혜자로서 '잘 나가는' 중국의 문화예술인들의 욕망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이제 중국 정부는 문화 정책의 '인민 군중'에 대한 광범위한 '보급'에 앞서 정책의 고위 집행자들과 중간 수요자들 사이에서 양쪽을 달래는 일에 더 힘을 쏟아야 할지도 모른다. 내년 '양회'에는 어느 쪽이 웃는 얼굴로 참여할 것인가. 흥미진진한 일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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