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 독자생존 능력 아직 낙제점

무디스 평가, 82개국 가운데 65위에 불과

우리나라 은행들 대다수가 정부의 지원없이는 아직도 독자생존 능력이 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은행, 독자생존 능력 최하위**

26일 금융권이 입수한 미국의 세계적 신용평가기관 무디스의 <한국 은행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를 포함한 외부의 자금 지원이 없다는 가정하에 측정한 재무건전성평가(BFSR)에서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은행들은 재무건전성 등급으로 `D-`를 받아 평가 대상 82개국 가운데 65위에 그쳤다.

이같은 국내 은행들의 등급은 필리핀(63위) 터키(64위) 루마니아(66위) 카자흐스탄(67위) 등과 같은 수준이다.

이는 지난 2002년 2월의 평가 당시와 비교할 경우 등급은 `D-`로 같고 순위는 당시 79개 평가대상국 중 70위에서 소폭 상승한 것이나, 1백5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점을 고려하면 크게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금융 부실이 심각한 중국과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재무건전성이 더 취약한 `E+`로 82개국 중 각각 73위와 74위로 조사됐다.

독자적인 재무건전성에서 1위는 네덜란드, 2위는 영국(이상 B+)이었으며, 덴마크(3위) 스페인(4위) 미국 (5위, 이상 B) 등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칠레 헝가리 멕시코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 등도 우리보다 앞섰다.

국내 은행 별로는 지난해말 완전민영화된 국민은행이 `D+` 로 가장 높았고 하나 한미 제일 신한은 `D`, 조흥 대구 전북 부산은 `D-`였으며,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외환은행이 `E+`로 가장 낮았다. 독자적인 생존능력을 기준으로 평가한 것이기 때문에 국책은행과 정부 지분이 많은 은행들의 등급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무디스의 평가 당시 `E+`를 받았으나 이달 중순 `D-`로 상향 조정됐다.

***무디스, "2002년 이후 재무개선 노력은 긍정 평가"**

무디스는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들의 개혁과 구조개선 노력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장기 외화표시 채권의 신용등급을 2002년의 `Ba1`보다 3단계 오른 `Baa1`로 책정하는 동시에 전망은 `안정적 내지 부정적`으로 진단, 이들 은행의 신용등급이 낮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은행산업은 2002년 이후 재무기반 강화와 내부구조 개선을 통해 긍정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특히 △대규모 자본 재조정을 통한 부실여신 정리와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정책보다 이익을 중시하는 경영상의 변화 △대형화ㆍ민영화를 통 한 규모의 경제 달성 등을 두드러진 개선 노력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