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사태 해결을 위한 주민투표가 다음달 14일 예정된 가운데, '주민투표 관리위원회'가 25일 관리위원회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24일 관리위원회 개소식에 앞서, 부안 주민들은 1백83일동안 지속된 핵폐기물처리장 유치 반대 촛불집회를 잠정 중단했다. 국회에서 통과된 주민표법의 '투표 공고일부터 야간집회를 금지한다'는 규정을 존중한 것이다.
***주민투표 관리위원회 본격 활동 시작**
관리위원회는 25일 오전 10시30분 전북 부안수협 뒤 한솔프라자 1층에서 박원순 위원장(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과 하승수 사무처장(변호사), 부안 핵폐기물처리장 대책위 관계자와 주민 등 1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3개 읍·면별 관리위원회 위촉장을 수여하고, 주민투표 공고문을 게시했다.
개소식에서 박원순 위원장은 "일본에서도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때 주민들의 의사를 투표로 물은 사례가 있었다"면서 "이번 주민투표로 부안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또 "투표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치러지고, 다수의 주민 의사가 확인되면 정부도 투표 결과를 존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안 지역 거주 20세 이상 5만4천여명, 2월14일 주민투표**
오는 2월14일 치러지는 주민투표는 지난 연말 국회에서 통과한 주민투표법에 명시된, 부안 지역에 거주하는 20세 이상 약 5만4천여명(추정)에게 투표권이 주어진다.
투표는 투표권자 3분의 1 이상이 참여해야 유효하며 찬반 유효 투표가 동수이거나 투표율이 3분의 1 미만일 경우 무효 처리된다. 투표 전날인 2월13일 자정까지 20일간 찬·반 양측이 자유롭게 운동을 전개할 수 있으며, 2월14일 투표 다음날인 15일 투표 결과가 공표된다.
***1백83일 맞은 촛불집회 24일 잠정 중단**
한편 관리위원회가 25일 주민투표를 공고함에 따라, 부안 주민들은 1백83일 맞은 촛불집회를 24일로 잠정 중단했다. 24일 폭설과 강추위 속에서 열린 1백83일째 촛불집회에 참가한 부안 주민들은 "2월14일 주민투표를 통해 꼭 승리할 것"을 결의했다.
전북 인터넷 신문 <참소리>에 따르면, 이현민 집행위원장 권한대행은 촛불집회에서 "촛불집회 중단은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라면서 "촛불집회가 중단하더라도 모든 부안 주민들 가슴마다 밝혀있는 촛불들이 핵폐기물처리장 유치 백지화가 될 때까지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굳은 결의를 밝혔다.
주민들도 촛불집회를 중단하더라도, 주민투표의 성공적인 성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을 밝혔다. 박선례(67, 부안읍) 씨는 "핵폐기장 백지화가 확정되지 않았는데 촛불집회를 못 나가 불안하지만, 촛불집회 대신 장사하는 곳에서 열심히 주민투표를 알리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7월26일 부안수협 앞에서 열린 후 1백83일간 적게는 수백명 많게는 수만명 이상의 주민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참가한 촛불집회는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정부는 매일 열리는 촛불집회가 주민들의 반핵 투쟁을 고양시키는 것으로 판단해, 8천여명의 전·의경을 동원해 집회를 원천 봉쇄하는 등 초강수를 두기도 했지만 촛불집회를 중단시키지는 못했다. 경찰의 강경대응에도 불구하고 지속됐던 촛불집회를 주민 스스로 공정한 주민투표 실시를 위해 멈춘 것이다.
***찬성측 주민투표 '보이콧' 움직임**
주민투표 관리위원회의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부안군 국책사업유치추진연맹'(회장 김명석)을 비롯한 찬성측 주민들의 주민투표를 막기 위한 움직임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찬성측은 26일 법원에 주민투표 중단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법정 싸움을 유도하고, 주민투표를 보이콧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막겠다는 입장이어서 주민투표를 둘러싼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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