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잭 프리처드 전 미국 국무부 대북교섭담당 특사는 15일(현지시간) 자신이 연구원으로 재직중인 워싱턴의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가진 방북 설명회에서 영변에 보관중인던 8천개의 폐연료봉이 재처리를 위해 모두 옮겨졌으며, 5MK의 흑연감속 원자로를 가동해 폐연료봉을 계속 생산중인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시설 실태가 확인된 것은 지난 2002년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사찰요원을 철수한 이래 처음이다.
***"폐연료봉 저장소 텅 비어 있어"**
프리처드에 따르면, 프리처드를 위시한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 출신의 핵군축 전문가인 존 루이스 명예교수, 핵문제 전문가이자 전 로스앨러모스 핵연구소장을 역임한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 등 미국의 민간 대표단은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북한 방문기간 동안 흑연감속 원자로외에 폐연료봉 저장소 시설, 재처리시설이 있는 '방사화학연구소' 등을 시찰했다.
프리처드는 "미국 등이 봉인했던 폐연료봉을 저장했던 수조가 텅 비어있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북한이 폐연료봉을 재처리 시설로 옮겼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그것을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폐연료봉 저장소 시설의 책임자가 폐연료봉 이동과 관련, "재처리를 하기 위해 옮겼다. 처음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재처리했으나, 미국의 강경한 태도에 따라 핵억지력을 얻기 위해 재처리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영변 원자로 가동, 폐연료봉 계속 생산중"**
프리처드는 또 "영변의 5㎿ 원자로가 가동중인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원자로는 지난해 2월에 재가동된 사실이 한번 확인됐었으나 그후 재가동 여부는 확실치 않다가, 이번 방문을 통해 계속 가동되고 있다는 사실이 최초로 확인됐다.
원자로가 계속 가동된다는 것은 장차 여기서 생겨나는 폐연료봉의 재처리를 통해 대량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는 자세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프리처드는 또 재처리시설은 가동되지 않고 있었으나, 북한측은 "이미 재처리를 완료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앞서 "재처리를 지난해 1월부터 시작해 6개월만에 완료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농축우라늄 개발 계획은 존재 안해"**
프리처드는 또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났을 때, 북한측이 미국이 시간을 끄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김계관 부상이 "시간은 미국 편이 아니며 시간이 가면 우리의 핵 억제력을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증가시켜주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프리처드는 "김계관 부상은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의 존재를 부인했다"면서 "그는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 프로그램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그 프로그램을 추진하기 위한 과학자도 없고 재료도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프리처드는 그러나 자신이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북한측의 주장을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고 말했다.
프리처드는 "북한측은 폐연료봉을 옮겨 플루토늄으로 재처리를 했다고 말했다"면서 북한이 비록 농축 우라늄 핵프로그램의 존재를 부인하지만 "나는 그들이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고 여전히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폭탄생산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는 북한측의 주장이 앞으로 북미간 합의의 잠재적 장애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프리처드 등 방북단은 오는 20일 의회 청문회에서 방북결과를 상세히 밝힐 예정이다. 프리처드는 "나는 핵 기술자가 아니기 때문에 헤커박사 등 전문가들이 방북결과를 기술적으로 정리해 오는 20일 의회 청문회에서 구체적인 사실과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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