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에 내정된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12일 국회의원 정수문제와 관련, 지역구의원을 늘리고 그만큼 비례대표의원을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혀 큰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 원안대로 선거구제를 조정할 경우 비례대표 의원숫자는 현재 46석에서 29석으로 크게 줄어들면서, 정개협 등 시민단체들이 국회의 전문성 제고차원에서 요구한 '비례대표 의원 확충'과 전면 배치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비례대표 축소 방침은 '정당명부제 투표' 방식 도입에 따라 비례대표에서 한나라당이 차지하게 될 의석이 격감할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돼, 향후 협상과정에 커다란 파문이 예상된다.
***이재오 "지역구는 늘리고 비례대표는 줄이는 게 바람직"**
이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론은 의원정수를 현행 2백73명에서 늘리지 말라는 것"이라며 "인구가 예전 지역구 조정때보다 4백50만명이 늘었으니 지역구수는 늘리되 비례대표는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도 "한나라당의 당론은 10만~30만명안이지만 인구하한선 10만5천명안, 11만명안 등 전부를 놓고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지 않는 범위내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해, 열린우리당이 주중하는 10만6천3백~31만9천명안과의 일부 절충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한나라당이 제시한 10만~30만명안에 합의한 상태다.
당초 한나라당은 인구상하한선 10만~30만명안을 토대로 지역구 의원수를 2백44명으로 현재보다 17명 늘리고 비례대표는 현행대로 46명을 유지, 전체 인구수를 2백90명으로 한다는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했었다. 그러나 이재오 의원이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으면서, 의원숫자 증원에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의원숫자 동결'로 방침이 바뀌었다.
이어 나온 것이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 증원, 전국구 감원' 발언이어서,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미 이같은 방침에 합의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한편 이 의원은 앞서 SBS 라디오와 전화인터뷰에서 "정치개혁협상을 1월중으로 끝내줘야 출마자들이 준비를 할 수 있다"면 서 "선거법과 정당법, 정치자금법 개정문제가 1월 중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여, 이달중 정치개혁법 처리 마무리 방침을 밝혔다.
국회 정개특위는 위원회 구성을 마침에 따라 이르면 13일께 전체회의를 열고 위원장과 각 당 간사를 선임한 뒤 선거법.정치자금법.정당법 소위 등 3개 분야로 나눠 협상을 재개할 방침이다. 이재오 의원은 그동안 '다수결 원칙'을 누차 강조한 바 있어, '지역구 증원, 전국구 감원' 방침을 강행처리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한나라당의 당리당략적 노림수**
하지만 한나라당의 이같은 방침은 열린우리당은 물론, 그동안 비례대표 증원을 요구해온 시민단체 및 여성계 등의 강한 반발을 살 전망이다.
정개협의 경우 한나라당 방침과는 정반대로 "현재 2백44명인 지역구의원을 1백99명으로 대폭 줄이고, 현재 46명인 비례대표 의원을 1백명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계 또한 지난주 '1백2인 후보명단'을 발표하며 각 정당이 비례대표의 50%를 여성에게 할애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같은 시민사회단체 및 여성계 등의 요구를 잘 알면서도 '비례대표 감원'을 추진하는 것은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얻게될 비례대표 의석이 격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정당명부제 투표 방식의 도입으로 인해, 현재의 한나라당 지지율을 봤을 때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얻게 될 비례대표 의석숫자는 많아야 전체의 3분의 1을 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요컨대 현행 지역구 의석 확보비율에 따른 비례대표 배분 방식이 4월 총선에서는 정당득표율로 바뀜에 따라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석이 격감할 게 불을 보듯 뻔함에 따라, 비례대표를 줄이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같은 한나라당 방침에 대한 시민단체 등 여론의 반발이 거세, 과연 한나라당이 정략적 차원의 비례대표 축소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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