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를 두 번째 방문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이라크에 주둔 중인 영국군은 적어도 2006년까지는 주둔해야 할 것"으로 전망해 오는 4월말깨 파병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군의 주둔 기간도 장기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또한 한국군 주둔지역인 키르쿠크 인근에는 이라크 무장세력이 집결해 대규모 공격을 준비중이라는 첩보가 입수되는가 하면, 키르쿠크에서는 자치권을 요구하는 쿠르드족과 여타 민족간 갈등이 고조되는 등 이라크 파병에 대한 우려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블레어 총리 “이라크 주둔 영국군, 적어도 2006년까지 주둔”**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5일(현지시간) 이라크 바스라를 방문, 영국군 고위 장성들과 대화를 가진 블레어 총리의 말을 인용, “이라크에 치안 안정과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영국군 가운데 수천 명은 적어도 2006년까지는 이라크에 주둔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라크에 주둔중인 1만여명의 영국군의 규모는 올해 7월, 이라크인들에게 실질적인 권력이 이양된 이후에도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 텔레그래프는 점차적인 규모 축소는 내년에나 돼야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상당수의 병력은 이라크 정부의 자치 능력을 배양하고 무장세력의 공격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내년 이후에도 주둔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블레어 총리도 바스라 남부의 한 병참기지에서 6백명의 군인 앞에서 행한 연설에서 이같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영국군의 장기 주둔 가능성은 앞서 제프 훈 영국 국방부 장관도 시사한 바 있다. 훈 국방부 장관은 1일(현지시간) BBC 라디오와의 회견에서 “영국군은 이라크에서 계속 머무를 것이며 2005년에도 안보 위협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혀 적어도 2005년까지는 주둔할 것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미국도 그동안 여러 차례 최소한 2006년까지 미군이 이라크에 주둔해야 할 것이라는 발언을 해왔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4일(현지시간) 미국도 이라크의 주권이양 시간표를 확정한 가운데 3월 하순까지는 이라크측과 주권 이양후 주둔군으로 남게될 미군의 지위에 관한 협정을 맺어 장기 주둔에 대비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군 주둔 기간도 당초 계획인 12월 넘길 가능성**
현재 이라크 주둔 연합군의 주력 부대 가운데 하나인 영국군이 2006년까지의 장기주둔을 시사함에 따라 오는 4월 말경 이라크 키르쿠크로 파병될 것으로 한국군의 주둔 기간도 불가피하게 연장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일단 한국군 파병기간을 2004년 4월1일부터 12월 31일까지 9개월로 정했으나, 미국과 영국군이 2006년까지 이라크에 주둔할 경우 한국군도 같이 머물러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점치고 있다.
***한국군 주둔 지역인 키르쿠크 인근에 저항세력 집결**
이처럼 한국군의 주둔 기간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군 주둔 예정지역인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에 이라크 저항세력들이 집결하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돼 긴장케 하고 있다.
연합뉴스가 5일 바그다드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해 말 미군의 대대적인 소탕작전으로 사담 후세인의 본거지인 티크리트와 사마라 등지에서 달아난 이라크 무장세력들이 키르쿠크 인근의 알 데브스, 알 하위자 등에 집결, 대규모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무장세력이 새로 결성한 ‘연합군으로부터의 이라크 해방을 위한 저항운동’이란 단체는 키르쿠크에 있는 각 정당과 단체, 외국인 비정부 단체 등에 “연합군을 지원할 경우 공격을 받을 것”이란 경고전단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경고전단을 받은 외국인 단체 등 두 곳은 실제 로켓추진수류탄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키르쿠크 유전지대와 인접한 소도시 알 데브스의 하디 무하마드 무스타파 시장도 4일 자유이라크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군 캠프와 경찰서 등이 전날 무장 공격을 받았음을 시인하면서 “무장세력이 알 데브스 인근 산악지대로부터 공격을 가해오고 있어 이곳이 아주 위험한 지역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알 데브스와 함께 무장세력이 집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알 하위자 마을은 또 현재 저항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이브라힘 알 두리 전 혁명평의회 부의장과 연고가 깊은 지역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치안이 비교적 안정된 것으로 평가되던 키르쿠크 지역은 최근 저항세력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는 모습이다. 무장세력은 지난 3일 키르쿠크 주둔 미군 부대에 박격포 공격을 가해 미군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당하기도 했으며 지난 달 31일에도 키르쿠크 공항 인근의 미군기지에 5발의 박격포 공격을 가하기도 했다. 이라크 경찰도 또 지난 달 31일과 지난 3일 잇따라 공격을 받아 경찰관 1명이 숨지기도 했다.
***키르쿠크, 민족 갈등 점차 고조 양상**
키르쿠크 지역은 이밖에도 민족간 분쟁이 점차 거세지고 있는 양상이어서 더욱 우려된다. 이라크 북부에 넓게 자리잡고 있는 쿠르드족은 최근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에 키르쿠크를 포함한 이라크 북부 지역의 자치권을 요구하는 임시법안을 제출한 바 있는데 미국관리들은 이 안을 수용할 방침이라고 뉴욕타임스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991년 이후 폭넓은 자치권을 행사해오고 있는 쿠르드족이 확실한 자치권을 요구해 옴에 따라 현상유지를 원하고 있는 미국은 이라크에 대한 주권이양이 마무리될때까지 예전과 같은 수준의 자치권을 부여키로 했다고 미국 및 이라크 관리들이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 중부의 수니파, 남부의 시아파 등 민족적 경계에 따른 이라크 분할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이 문제는 앞으로 가장 큰 갈등요인으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쿠르드족이 한국군 주둔 지역인 키르쿠크를 자치지역으로 요규함에 따라 이 지역의 민족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양상이다. 키르쿠크 지역 아랍족과 투르크맨들은 쿠르드족 요구에 반대, 잇따라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에는 적어도 2명이 민족간 충돌로 사망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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