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추석 당일인 13일 이산가족을 다룬 추석 특집 방송에 출연해 "(남북 사이에) 다른 일들은 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산가족 상봉만큼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인도주의적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KBS 추석특별기획 '2019 만남의 강은 흐른다'에 출연해 이산가족 일원으로서 아픔을 떠올리며 이같이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이산이 70년인데 이렇게 긴 세월동안 이산가족의 한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것,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조차 안 준다는 것은 그냥 우리 남쪽 정부든 북쪽 정부든 함께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 간 많은 발전이 있어야 하지만 우선 이산가족이 만나게 해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며 "우선 지금까지 해오던 이산가족 상봉 행사라도 더 자주 열려야 하고, 더 큰 규모로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실 처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을 때 그런 얘기를 했고 두 사람 사이에선 공감을 했다"며 "그래서 우선 상봉 행사를 하는 것으로 발표했는데, 진도가 빨리 나가지 않아서 아쉽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산가족들에게 "여러가지 긴 세월 기다리시느라 안타깝겠지만 어쨌든 빠른 시일 내에 상봉행사도 늘려나가고 상시상봉, 화상상봉, 고향방문, 성묘 이런 것들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산가족 여러분 꼭 희망 가져주시고 또 정부의 뜻에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문 대통령은 방송에서 한국전쟁 당시 남쪽으로 피난을 떠나온 가족사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의 고향은 경남 거제지만 부모의 고향은 함경남도 흥남이다. 부모는 한국 전쟁 당시 '흥남철수 배(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거제로 피란했다.
문 대통령은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통해 전쟁통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건졌는지와 그 당시 거제주민들이 자신들보다 1.5배나 많았던 피란민들을 적극적으로 도왔던 일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 어머니는 거제에서 집마다 닭은 몇 마리씩 키우니까 달걀을 사서 저를 업고 달걀을 머리에 이고 그렇게 부산까지 가서 부산의 시장에서 팔고 그런 식에서 생계를 이어갔다"며 "어머니가 피난살이가 너무 힘들어서 도망가고 싶을 때가 여러 번 있었는데 남한 천지에 아는 사람 한 명 없어서 도망을 못 가셨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2004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으로 근무할 당시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 북한에 있던 이모를 모친 강한옥 여사와 함께 만났을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제 어머니한테 제일 효도했던 때가 그때가 아닌가 싶다"면서 "지금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흥남시, 우리 옛날 살던 곳 외갓집, 이런 쪽을 한 번 갈 수 있으면 더 소원이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에 대해 "상봉 신청을 노태우 대통령 때 제가 어머니를 모시고 거의 1차로 제일 먼저 가다시피 부산 영도구청 가서 이산가족 신청을 했다"며 "그런데 정작 우리 쪽 상봉 신청은 한 번도 당첨되지 않았고 이모님이 북쪽에서 신청한 게 선정됐다"며 비화를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이산가족 신청자 전원 상봉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으며, 현정부 들어서는 2018년 8월 20일부터 진행된 1차 상봉 및 8월 24일부터 진행된 2차 상봉까지 한 차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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