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오전(현지 시각)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을 경질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는 어젯밤(9일)에 존 볼턴에게 그가 더 이상 백악관에서 근무할 필요가 없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내가 사임 요구" vs 볼턴 "내가 먼저 사의 표명"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경질 사유에 대해 "나는 그의 많은 제안들에 대해 강하게 동의하지 않았다"며 두 사람 사이에 이견이 존재했다고 했다. 그는 "이에 따라 나는 존(볼턴)에게 사임을 요구했으며 그는 오늘 아침 이를 제출했다"며 "다음 주에 새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을 지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볼턴 전 안보보좌관은 지난 2018년 4월부터 백악관에 합류했으며, 트럼프의 3번째 안보보좌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과 의견 차이를 강조, 그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밝히면서 경질 사실을 밝혔다. 하지만 볼턴 전 보좌관은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즉각 반발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어젯밤 사의를 표명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내일 얘기하자'고 했다"며 '경질'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사의를 밝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워싱턴포스트>에 보낸 글에서도 "명확히 하겠다. 나는 어젯밤에 사의를 표명했다"며 "적절한 시기에 발언권을 갖겠다. 내 유일한 관심사는 미국의 국가 안보"라고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과 함께 이날(10일) 오후 1시 30분 백악관 브리핑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이 행사를 불과 몇 시간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전 보좌관은 실제 인식과 스타일에 있어 차이를 보였다. '강경파'인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는 것에 대해 좋아하지 않았고, 이란 당국자들과 직접 만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또 러시아가 G7(주요 7개국)에 다시 가입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도 동조하지 않았다. 이런 이견들 때문에 트럼프는 종종 볼턴 전 보좌관에 대해 "전쟁광(warmonger)"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또 볼턴 전 보좌관은 폼페오 국무장관과도 의견 충돌을 빚어왔다. 두 사람은 안보 이슈를 놓고 사사건건 부딪혀 왔다. 두 사람 사이의 갈등에 대해 볼턴 전 보좌관은 폼페오 장관이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확장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폼페오 장관은 볼턴 전 보좌관이 낡은 강경론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해왔다.
10일 오후 백악관 브리핑에서도 폼페오 장관은 "볼턴과 나는 여러 차례 이견을 보였다"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은 "이라크 전쟁에 대해 볼턴과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은 매우 달랐고 대통령은 그런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네오콘 제외하곤 볼턴 퇴장에 숨통 트여" vs "볼턴 경질은 극대한 손실"
트럼프 대통령의 볼턴 전 보좌관에 대한 경질의 의미에 대해선 정치적 해석이 분분하다. 미 정치전문 사이트인 'The daily beast'(바로가기)에 따르면, 공화당 전략가인 앤드류 서라비언 (트럼프) 백악관 전 비서관은 "볼턴이 3차 세계대전으로 우리를 이끌기를 바랐던 네오콘을 제외하고, 그의 경질로 나머지 나라들은 숨통이 트이고 있다"며 "외교정책에 있어서 트럼프의 반 체제적, 반 중재적 변화 본능은 그의 2016년 당선의 큰 이유 중 하나이며, 트럼프는 이를 반영한 안보보좌관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경쟁 관계에 있는 공화당 주류 의원들의 입장은 달랐다.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를 지낸 미트 롬니 상원의원은 볼턴에 대해 "수십년의 경험을 가진 뛰어난 사람"이라면서 그가 물러난 것에 대해 "극대한 손실"이라고 평가했다. 롬니는 "그의 관점이 항상 방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같지는 않았다. 가끔 역적질을 했다는 것은 자산이지, 부채가 아니다"라고 볼턴의 역할을 높이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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