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위원장 유지담)는 30일 오후 긴급위원회를 소집,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을 돕는 것"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한 위법 여부 등을 논의키로 했다.
이는 노대통령이 지난주말 5부 인사회동 형식을 빌어 유지담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미안하다"고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등 야당이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요구한 데 따른 회의 소집이어서 회의결과가 주목된다.
선관위는 29일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정치권이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전체 선관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노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대통령 발언의 위법성을 판단하기 위해 선관위가 공식적으로 회의를 소집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이번 회의의 의의를 설명했다.
선관위가 긴급회의를 소집키로 한 것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 등 야당이 "명백한 사전 선거운동"이라며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관위가 이에 대한 판단을 계속 미룰 경우 `권력 눈치보기'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민주당이 유지담 위원장의 국회 본회의 출석후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고 한나라당이 이에 동조하고 있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선관위는 이날 회의에서 자체적으로 수집한 노 대통령 발언 관련 자료들을 토대로 위법성 여부에 대한 각 선관위원의 의견을 모은 뒤 노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주의환기, 경고, 고발 등 후속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선관위 일각에서는 노대통령이 이미 유 위원장에게 사과발언을 한 만큼 지난 89년 당시 이회창 선관위원장이 노태우 전 대통령과 각당 대표에게 `협조공문'을 보낸 전례에 따라 대통령의 자제를 촉구하는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협조공문 발송은 법적으로는 선관위원장의 개인 의견 피력 이상의 의미는 없지만 정치적으로는 주의환기나 경고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