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배경에 대해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임명장 수여를 마친 뒤 "국민들께 먼저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번에도 6명의 인사에 대해 국회로부터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송부받지 못한 채 임명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일이 문재인 정부 들어 거듭되고 있고, 특히 개혁성이 강한 인사일수록 인사 청문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이 '개혁 인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최종적으로 임명에 이른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저는 저를 보좌하여 저와 함께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국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는 발탁 이유를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며 "그 의지가 좌초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저는 대통령 취임 후 그 공약을 성실하게 실천했고, 적어도 대통령과 권력기관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개혁에 있어서는 많은 성과가 있었음을 국민들께서 인정해 주시리라 믿는다"며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국민의 기관으로 위상을 확고히 하는 것을 정권의 선의에만 맡기지 않고 법 제도적으로 완성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점에서 국민들의 넒은 이해와 지지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 장관의 경우 의혹 제기가 많았고, 배우자가 기소되기도 했으며 임명 찬성과 반대의 격렬한 대립이 있었다"며 "자칫 국민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을 보면서 대통령으로서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가족이 수사 대상이 되고 일부 기소까지 된 상황에서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엄정한 수사에 장애가 되거나 장관으로서 직무 수행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라는 염려가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검찰은 이미 엄정한 수사 의지를 행동을 통해 의심할 여지 없이 분명하게 보여주었다"며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해나간다면 그 역시 권력기관의 개혁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간 청와대가 조 장관 가족 등을 둘러싼 검찰의 수사 행태에 대해 날을 세워온 것과 달리, 문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과정을 통해 공평과 공정의 가치에 대한 국민의 요구와 평범한 국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상실감을 다시 한번 절감할 수 있었다"며 "정부는 국민의 요구를 깊이 받들 것"이라고도 했다.
특히 조 장관 자녀 특혜 의혹을 둘러싼 반대 여론을 염두에 둔 듯 "국민을 좌절시키는 기득권과 불합리의 원천이 되는 제도까지 개혁해 나가겠다"며 "고교 서열화와 대학입시의 공정성 등 기회의 공정을 해치는 제도부터 다시 한 번 실피고, 특히 교육 분야의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임명장 수여식은 그 어느 때보다도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어두운 표정으로 자리한 문 대통령과 조 장관은 악수를 나눈 후 임명장을 수여할 때도 별다른 환담을 나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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