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이라크 채무 재조정 문제 협의를 위해 오는 29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던 제임스 베이커 전 미국 국무부장관의 방한 계획이 돌연 취소됐다. 자비로 이라크에 3천명을 추가파병하기로 한 한국에게 이라크 부채 탕감을 추가로 요구하는 데 대한 한국의 반미감정 확대를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라종일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은 26일 오전 C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미국측이 이라크 채무 재조정 문제를 공식 거론한 적이 없다"며 "베이커 전 장관은 한국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라 보좌관은 그러면서도 "한국의 경우 공적채권 규모가 극히 작고, 오히려 민간의 채권 규모가 크다"면서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이 채권을 많이 갖고 있어 한국부터 오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해, 당초 베이커의 방한목적이 이라크 부채 탕감이었음을 시인했다.
라 보좌관은 이어 "이라크 파병에 따른 여러가지 비용을 우리가 부담할 것"이라며 "따라서 (채무 재조정 문제가) 거론되는 시기로는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여, 베이커의 방한 취소가 국내의 반미 여론때문임을 재차 시인했다.
앞서 부시 대통령은 지난 22일 밤 노무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베이커 전 국무장관의 방한 사실을 설명하면서 노 대통령이 베이커 전 장관을 접견키로 한 데 대해 사의를 표명, 노골적으로 이라크 부채 탕감을 요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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