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기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 교수는 20일 한국 검찰이 황우석 교수의 요청으로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 수사를 벌이고 있는 데 대해 '기괴한 현상'이라고 평했다.
이 교수는 이날 서울대 생명과학부가 주최한 연구윤리 특별세미나에서 '그대는 거짓말하지 말지니라(Thou Shalt Not Lie)'라는 제목으로 강연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미 논문조작이 탄로난 상태에서 황 교수의 요청으로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데 대해 '기괴한 현상'이라고 평하며 "결국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황 교수가) 풀어야 할 문제이며 '누가 섞어넣기를 했다'는 등의 주장은 이번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어로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 이 교수는 미국 등지에서 시행되고 있는 연구 윤리 규정에 대해 설명하며 황 교수 사건이 연구 부정행위 중 '날조(fabrication)'와 '위조(falsification)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가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꾸며낸 것은 '날조'이며, 2000개 이상의 난자를 사용하고도 180여 개만 사용한 것처럼 논문에 쓴 것은 '위조'에 해당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우위 증거 원칙(evidence of preponderance)'에 따라 해당 분야의 연구자 단체에 의해 널리 인정되는 연구 행태에서 벗어나는 것은 연구 부정행위를 입증하는 것으로 간주된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팀의 경우처럼 자료나 기록을 파기하려고 시도하거나 연구 노트 등 각종 기록 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그 자체로 '과학적 사기'의 증거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연구윤리 문제는 미국에서도 1981년 앨 고어 당시 연방 하원의원이 공청회를 개최한 후 정부와 연구기관들이 제도를 완비하는 데에 20년 이상 걸렸다"며 우리나라 정부도 이에 대한 규정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는 날조, 위조, 도용(plagiarism)만을 부정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나 사태가 아주 심각해지지 않으면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우리 나라 실정에서는 더 폭넓게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개인의 자발적 헌신에 기대는 유교적 전통보다 시스템을 통해 부정을 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도 해외 사례와 마찬가지로 내부 고발자 보호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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