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출장 예정인데 2박3일로 출장비 끊어가서는 차액을 챙기는 상사", "겸임국 신임장 제정을 위해 동부인 출장시 딸을 동반하기 위해 출장 계획서와 지불 결의서에 총무직원 이름을 함께 올려 출장비를 타서는 직원 대신 사랑하는 딸을 동반하는 대사"...
외교통상부의 한 직원이 최근 내부 전산망을 통해 해외주재 공관장들의 도덕적 해이를 진솔하게 비판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외교부 직원, 외교부 관료사회내 부정부패 치부 토로**
문화일보가 입수해 18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직원은 내부 전산망에 “그동안 여러 과장, 국장, 대사 ,총영사 밑에서 일하면서 그 상사들 중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심을 가져본 대상이 극소수였다는 점에 슬픔을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시작하는 부정부패 관행을 고발하는 글을 올렸다.
이 직원은 하면서 “사적으로 친구들과 만나 저녁 먹고 술한잔 하고는 법인카드 전표를 총무에게 내미는 상사들, 우리 부하 직원들도 ‘당신이 하는데 우리는 못할 게 있느냐’고 작당하여 공금으로 밥을 먹습니다. 나도 같이 더러워졌습니다”라고 울분과 자책의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관저에서 만찬을 하면서 사람 수 몇 명 부풀려 챙긴 몇백달러가 얼마나 큰 보탬이 되는지요. 아래 직원들이 그 추잡함을 모르겠습니까. 공관 부하직원은 물론이고 업무 보조원, 교민회 직원, 민간상사 직원들이 이런 사실을 모르겠습니까”라며 이른바 ‘밥장사’로 푼돈을 챙기는 상사를 원망했다.
그가 털어놓은 사례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1박2일 출장 예정인데 2박3일로 출장비 끊어가서는 차액을 챙기는 상사", "겸임국 신임장 제정을 위해 동부인 출장시 딸을 동반하기 위해 출장계획서와 지불 결의서에 총무직원 이름을 함께 올려 출장비를 타서는 직원 대신 사랑하는 딸을 동반하는 대사"등의 사례를 열거했다.
***“밥은 먹고 살기 위해 겉으로는 면종복배 하지만......”**
그는 이어 “고통과 좌절 속에서도 그래도 밥은 먹고 살아야 하니까 ‘예, 예’ 하며 면종복배하지만 속에서는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아실 겁니다”라며 ‘철면피하고 부도덕한 상사’의 비행에 어쩔 수 없이 동조해야 하는 하급직원의 심리적 갈등을 털어놓았다.
이 직원은 또 “외교부 직원은 타 부처 직원에 비해 해외근무라는 금전상의 메리트(이익)가 있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공직자 재산등록에서 외교부 고위 관리들이 상위에 랭크되는 것만 봐도 형편이 괜찮은 것 아닌가요”라고 자문했다.
이 직원은 마지막으로 “고급 음식점에서 직원들을 외국인으로 둔갑시켜 기름진 음식을 대접하는 상사보다는 우동이나마 자기 주머니에서 낸 돈으로 먹으면서 직원들과 웃으며 담소하는 그런 상사가 좋습니다. 향기나는 상사들을 뵙고 싶습니다”라면서 “이런 와중에 개혁이니 위상정립이니 하는 구호들은 공허하게만 들리는군요”라며 허탈해했다.
이 직원의 글을 소개해준 한 외교부 직원은 문화일보에 “치부가 바깥에 알려지는 것이 부끄럽긴 하지만 이번에 자기혁신을 하지 못하면 외교부는 영원히 국민으로부터 버림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고 말했다.
***외통부, “이런 일 발생해 유감, 자발적 토론의 장을 통해 나온 것” **
이같은 글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큰 파문이 일자 당혹한 외통부는 이와 관련, 이날 오후 긴급기자 간담회를 갖고“이런 일이 발생하게 돼 유감”이라며 “자체적으로 반성할 일이 있으면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외통부는 또“내부통신망인 ‘나눔터’에는 본부는 물론 해외공관의 잘못된 관행에서 부정부패 수준에 이르기까지 외교부 직원 실명의 부정부패 고해성사가 잇따르고 그에 대한 반론과 격론이 이어지고 있다”며 “현재 외교부는 잘못된 업무 관행을 바로 잡자는 차원에서 업무혁신팀을 운영해오고 있는데 나눔터도 자발적인 토론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통부 당국자는 또 “물론 지난번에 실시한 공관장 적격심사가 이번과 같은 내부고발로 인해 실행된 것은 아니나 영어실력 테스트 이외에도 도덕성과 지도력, 업무력을 평가했다”며 “지속적으로 교육과 내부혁신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외통부에서는 그러나 이같은 양심선언으로 인해 외통부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시행되는 게 아니냐며 바짝 긴장하고 있으며 네티즌 사회에서는 "철저하게 진상을 밝히라"는 요구가 쇄도하고 있어, 양심선언이 몰고올 후폭풍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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