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들이 미군의 오폭으로 잇따라 희생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한 인권단체가 이라크에서도 민간인 희생이 매우 심각한 지경이라고 지적하고 나서 주목된다. 특히 이 단체는 이라크에서의 민간인 희생은 미군의 과도한 전략만 아니라면 충분히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휴먼 라이츠 워치, "잘못된 미군 전략으로 민간인 사망"**
미국의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가 11일(현지시간) "이라크에 주둔중인 미군 주도 연합군의 잘못된 군사전략으로 수백 명의 민간인들이 죽었으며 이들의 죽음은 충분히 사전에 예방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휴먼 라이츠 워치는 이날 1백47쪽 분량의 <빗나간 목표물 : 이라크에서의 전쟁 수행과 민간인 사상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민간인 사망자가 이렇게 많이 발생한 이유로 크게 집속폭탄 사용과, 미군이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는 이라크 최고위 지도자들을 목표로 하고 있는 소위 '목자르기' 전략 등의 두 가지를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1천명 이상의 이라크 민간인들이 미군과 영국군이 사용한 1만3천개 이상의 집속폭탄으로 죽거나 다쳤다. 이 집속폭탄 속에는 2백만 개 이상의 금속 파편과 또 다른 폭발물이 들어있다.
***"집속탄 사용으로 하루에 민간인 33명 죽고 1백9명 다치기도"**
보고서가 밝힌 내용들은 상당히 충격적으로, 이라크 남부도시인 힐라에서는 단 하루 동안 미군의 집속폭탄 공격으로 적어도 33명의 민간인이 죽었고 1백9명이 다쳤다. 힐라 지역 병원 관계자는 휴먼 라이츠 워치측에 "전쟁기간 동안 치료했던 부상자들의 90%는 집속폭탄으로 다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힐라와 나자프, 나시리야 등지의 병원 기록을 보면 지난 3월과 4월에만 2천2백79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6백78명이 사망했고 1천6백1명이 부상당했다.
유먼 라이츠 워치의 케네스 로스 대표는 "이라크에서 사용된 집속폭탄은 미군에게 있어서 커다란 후퇴를 의미한다"며 "집속폭탄을 민간인 거주지역에서 사용하면 민간인들의 대량 피해를 피할 수 없다"고 강하게 미군을 비난했다.
***"미군의 목자르기 전략, 의도했던 목표물 아닌 민간인들만 죽여"**
민간인 희생을 유발하는 또 다른 미군의 전략인 '목자르기' 전략에 관해서도 보고서는 "이라크 최고 지도자에 대한 50여 차례의 공격은 의도했던 목표물을 죽이지는 못하고 오히려 수십명의 민간인을 죽였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4월 7일 미군은 위성 전화추적을 이용해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목표로 공격을 감행한 바 있었으나 이 공격으로 후세인을 잡기는커녕 오히려 바그다드 인근 만수르에 있는 3채의 가옥이 파괴됐으며 18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바 있다. 이 지역에 사는 거주민들은 휴먼 라이츠 워치 조사원들과의 인터뷰에서 "거기에는 후세인이나 후세인 정권 고위층이 있다는 증거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로스 대표는 이에 대해 "목자르기 전략 채택 이후 50차례 시행됐지만 이를 통해서 단 한명의 이라크 최고위 지도자를 죽이지도 못했기에 이 전략은 미군에게 있어 완벽한 실패 전략이었다"면서 "이 전략은 군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인권 차원에서도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고서는 이 밖에 이라크 군이 저질렀던 인간방패 전략과 국제적십자사 엠블렘 악용, 대인지뢰 사용 등의 국제인권법 저촉 사례와 종교시설과 병원 등에 군사시설을 설치한 것 등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인권단체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방장관은 민간인 희생을 '부차적 피해'라 표현하며 실상 공개를 기피하고 있어, 앞으로도 계속 민간인 피해가 잇따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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