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성장률 2.9%, 내년은 5.2%"

다이와 증권 "한국 내년 '반짝 회복'후 재침체" 경고

한국은행이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5.2%로 전망했다. 이는 금융연구원(5.8%)과 산업연구원(5.5%)에 비해서는 낮고 LG경제연구원(5.1%), 한국개발연구원I(4.8%), 삼성경제연구소(4.3%), 한국경제연구원(4. 8%)의 전망치보다는 높은 수치로, 내년도 경제가 완만한 형태의 회복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올해 성장율이 2.9%에 불과할 것으로 한은이 추정한 대목을 보면, 내년도 성장률 5.2%라는 것은 그다지 피부에 와닿는 경기회복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들 전망이다.

***한은, "수출 증가, 설비투자 회복세 보일 것"**

한국은행은 11일 '2004년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이처럼 전망하면서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를 각각 4.8%와 5.6%로 예상하고 특히 내년 1.4분기와 2.4분기는 4.3%와 5.3%로 점차 높아지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경상수지 흑자는 올해보다 적은 60억달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올해보다 낮은 2.9%로 예상했다.

한은은 내년 상반기엔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설비투자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4.8%로 성장률이 높아지고, 하반기엔 설비투자가 개선되면서 성장률이 5.6%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올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민간소비는 연간 3.2%, 설비투자는 6.5%, 건설투자는 3.3% 각각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은은 이에 앞서 올해 성장률은 2.9%, 경상수지는 1백20억달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6%로 각각 추정했다. 한은은 당초 올해 성장률을 5.7%로 예상했다가 4월 4.1%, 7월엔 3.1%로 각각 수정한 바 있다.

***"숫자는 괜찮게 나오나 총선-이라크파병 등이 복병"**

한은은 내년 해외여건이 중동정세 불안, 테러확산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제외하고는 우리 경제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지만, 국내적으로는 노사갈등 악화 가능성, 금융시장 불안, 북핵문제 등 향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상존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은 이들 정치적.사회적 불안요인이 금년보다 더 악화되지 않을 경우라는 전제하에 내년 성장률을 5.2%대로 잡은 것이어서, 과연 내년 성장율 전망이 적중할지는 미지수다. 한은은 민간소비의 경우 교역조건 개선에 따른 실질소득 증가의 영향으로 내년에는 올해의 감소세에서 벗어나겠지만, 가계부채 및 신용불량자 문제가 소비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하기도 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비공식적 사견임을 전제로 "프로그램을 돌려보면 내년 경제성장률은 이번 예상치 5.2%보다 높게 나오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정치적-사회적 불안요인외에 이라크 추가파병에 따른 대(對)한국 테러 가능성과 내년 4월 총선결과에 따른 정국 혼란 가능성 등의 돌발 악재까지 감안하면 내년 경제성장율을 낙관하기만은 힘든 상황"이라고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다이와, "내년 반짝 회복후 후년부터 재침체"**

한편 다이와증권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한은과 비슷한 5.1%로 전망했으나 2005년에는 수출 둔화로 다시 3.2%로 떨어질 것이라며, 내년 경기회복이 '반짝 경기회복'일 가능성을 경고해 주목된다. 요컨대 수출에만 의존하는 현재의 구조하에서는 2005년 예상대로 세계경제가 위축될 경우 한국경제가 재차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이와증권은 한국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소비 주도형으로 경제구조를 전환하고 외자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무현정부가 막연히 앞으로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근거없는 낙관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