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이 오전 '부안 핵폐기장 사실상 백지화' 방침을 밝인 것에 대해 부안 대책위를 비롯한 주민들은 환영하면서도, 모호한 내용이 많고 실질적 방안이 포함 안 된 것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대책위, "정부 잘못 인정 일단 환영"**
대책위는 10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잘못을 뒤늦게나마 공식으로 인정하고 국민과 부안 주민에게 사과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정부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추가 신청을 받겠다고 방침을 정한 것은 '이제 더 이상 부안에 미련을 갖지 않고 정부 차원에서 어떤 개입도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받아들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책위는 "7만 부안군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부안 사태의 실질적인 해결 방안이 제시되지 못한 점은 유감"이라며 "정부가 '부안군지원특별법' 방침을 철회하고, 한국수력원자력과 산자부의 부안 철수, 위도 지질조사 중단 등이 즉각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번 사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해를 넘기기 전에 실질적인 해결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한수원과 산자부 부안 철수나 위도 지질조사 중단 여부 또 구체적인 주민투표 시기는 대책위와 협의해서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산자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주민들 반신반의, "또 무슨 '꼼수' 아니냐"**
5개월에 가깝게 생업을 포기하고 매일 촛불집회를 여는 등 반대 운동을 해온 대다수의 부안 주민들은 갑작스런 정부의 '사실상 백지화' 발표에 반신반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안대책위 홈페이지(www.nonukebuan.or.kr) 자유게시판에는 "부안 유치 신청을 전제로 한 주민투표 실시는 의미 없다", "부안 시위를 중단시키기 위한 정부의 '꼼수'다", "부안 핵폐기장 유치신청을 합법화하기 위한 정부의 수순밟기 아니냐"와 같이 윤 산자 장관의 발표에 의문을 표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특히 일부 주민들은 정부가 총선 이후로 주민투표 시기를 미루는 등 정치적 부담을 없앤 상태에서, 핵폐기물처리장을 부안에 밀어붙이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책위의 '부분적 환영' 발표에 대해서도 "정부의 두루뭉수리한 발표를 대책위가 너무 긍정적으로 파악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돼 그동안 정부의 말 바꾸기에 깊어진 부안 주민들의 불신의 정도를 짐작케했다.
***환경단체, "부안 핵폐기장 확정 결정은 취소된 것"**
반핵국민행동 등 반핵단체는 "윤 산자 장관 발표에 주민투표 시기에 대한 언급이 없었지만 부안 주민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점을 인정했으므로 사실상 부안 핵폐기장 확정 결정은 취소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주민투표는 단지 형식적 과정일 뿐이므로, 산자부는 하루라도 앞당겨 부안 군민들의 고통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핵국민행동은 "부안 현지에 있는 산자부, 한수원, 경찰은 즉각 철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핵국민행동은 "정부의 안일하고 일방적인 결정으로 지난 5개월간 부안 주민들이 겪은 고통을 단순한 대국민 사과로 덮을 수는 없다"면서 "관계 정부 관료, 경찰 책임자, 관련 어용 학자들에 대한 문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치 신청 확대 전에 핵폐기물 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 필요해**
한편 부안 대책위와 반핵국민행동 등은 "정부가 부안 이외 지역에서 핵폐기장 유치 신청을 추가로 받겠다는 방안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다"면서 "제2, 3의 부안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책위와 반핵국민행동 등은 "핵폐기물처리장과 핵에너지 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꼭 전제되어야 한다"면서 "고건 국무총리가 부안측과 대화기구에서 밝힌 '핵에너지 정책과 핵폐기물 문제에 대한 민관공동기구'를 구성하고, 하루빨리 재검토에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핵국민행동 양이원영 사무국장은 "이번 정부의 발표가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부가 이번 부안 사태를 통해 여전히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면서 "부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핵폐기물처리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