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최대표, 이제 '단식의 고통'을 아셨습니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최대표, 이제 '단식의 고통'을 아셨습니까"

<기자의 눈> 최 대표의 단식 중단을 접하고

대통령의 국정 운영 쇄신을 요구하며 지난 26일부터 단식에 들어간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5일, 10일 만에 단식을 중단했다. 최 대표는 5일 오전 단식을 마치고 오후에 서울대 병원에 입원해 1주일 정도 요양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특검법안 때문에 단식하는 것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한듯 4일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안 재의가 가결된 후에도 계속 "단식을 하겠다"고 의지를 밝혔으나, 재의후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만장일치로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한나라당 의도대로 특검법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재의된 마당에, 최 대표가 더 이상 단식을 할 이유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단식 9일째인 4일 최 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에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기자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할 정도로 기력이 쇄진한 모습을 보였다. 정치적 효과와는 별개로 육십 평생에 처음으로 단식, 그것도 열흘씩이나 행했으니 쉽지 않았음을 짐작케 한다.

하지만 최 대표의 10일간의 단식 중단을 지켜보면서 현재도 여기저기서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단식 농성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기자에게는 똑같은 단식이지만, 그 과정과 결과는 전혀 다른 세 가지 단식 농성 장면이 떠올랐다.

***문규현 신부, 23일째 "죽을 각오로" 단식중**

11월12일부터 부안 수협앞 광장 천막에서는 부안 성당의 문규현 신부가 '핵폐기물처리장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조속한 결단'을 촉구하면서 5일 현재 23일째 단식중이다.

단식을 진행하던 문규현 신부는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서 지난 1일부터 서울 조계사로 옮겨 단식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건강이 너무 나빠져 서울로의 이동이 안좋다는 주위의 만류로 일단 유보한 상태다. 봄, 여름 부안에서 서울까지 3보1배를 한 뒤, 곧이어 핵폐기물처리장 반대 운동에 나선 문규현 신부의 건강 상태가 최악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지난달 22일 단식 11일째 일이다. 문규현 신부에게 어렵게 인터뷰를 부탁한 기자는 얼굴이 화끈거릴 수밖에 없었다.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문규현 신부가 "나보다는 앞에서 직접 고통당하고, 싸우고 있는 대책위 일꾼들과 부안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완곡하게 거절한 뒤 활짝 웃으면서 "배가 너무 고파서 말할 힘도 없다"고 농담처럼 한 마디 던졌기 때문이다.

전날 밤 3시간이 넘도록 1백여명의 전ㆍ의경에 둘러싸여 수협앞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앉아 있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던 기자로서는 농담처럼 던진 문규현 신부의 한 마디를 결코 허투루 들을 수 없었다. 단식중에도 성당 일과 대책위 일을 정력적으로 챙기는 문규현 신부는 '단식의 고통'을 속으로 꾹 참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문규현 신부는 "죽을 각오"로 단식을 진행하고 있다.

***최 대표는 단식 풀었지만, 계속되는 '단식의 행렬'**

문규현 신부뿐만이 아니다.

경부고속철도 천성산ㆍ금정산 관통 노선에 반대하면서 "죽을 각오"로 단식을 진행하다 단식 45일째 되는 날, 주위 사람들의 간곡한 만류로 사경 직전에 단식을 중단한 천성산의 지율 스님은 어떤가?

단식 40일째 되던 날 전화 통화를 하면서 들은 지율 스님의 끊어질 듯 약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를 기자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하지만 지율 스님의 45일 단식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결국 2일 천성산ㆍ금정산 관통 노선공사를 재개했다.

5년 이상 삼성생명 해고자 복직 투쟁을 전개해 오면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가 43일째 단식을 하다 쓰러진 삼성생명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윤진열 위원장은 어떤가? 윤 위원장은 단식 43일째인 지난달 24일 밤 결국 삼성생명 본관 앞에서 쓰러져 긴급후송 당했다.

여기에 더해 삼성생명은 지난달 26일에는 본관 앞의 농성 천막을 철거하고 윤진열 위원장을 대신해 단식 농성을 진행중인 해고 노동자들을 구속하려 해, 한차례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부안에 있던 기자에게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온 단식중이던 삼성생명 해고 노동자의 절박한 목소리를 기자는 절대 잊을 수 없다.

최 대표는 단식을 풀었지만, 겨울 삭풍이 매섭게 몰아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의 '단식의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최 대표, '단식의 고통' 푸는 역할 자임해야**

최 대표는 단식을 시작하며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운영 쇄신과 나라를 위해 단식에 임했다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최 대표는 단식을 풀기 전날인 지난 4일에는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단식은 대통령의 특검 거부를 보면서 이런 국정 행태로는 나라가 절대 안되겠다는 절체절명의 판단 때문이었다"고 주장하며 "대통령이 바로서고 나라가 잘 되고 국민이 좋아진다면 단식이 아니라 분신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좋게 보자면 그동안 이른바 '운동권의 과격한 투쟁방식'이라 비판해온 '단식'과 '분신'을 최 대표가 '정당한 투쟁수단'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발언으로도 해석가능해 보인다.

이제 최대표는 단식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단식의 고통'을 절감했을 최대표가 앞으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최 대표가 진정으로 '단식의 고통'을 절감했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는 '단식의 고통'이 중단될 수 있도록 즉시 나서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무능한 장관들 탓만 하지 말고, 최 대표가 단식에 임할 때 마음가짐으로, '단식의 고통'이 해를 넘기지 않도록 결단을 내려야 한다.

최 대표나 한나라당이 또 다시 '구태의연한'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여기저기서 '단식의 고통'은 계속될 것이고, 결국 더 큰 참담한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최 대표와 국회 다수당인 한나라당도 결코 책임을 결코 면치 못할 것이며, 최 대표가 경험한 '단식의 고통'이라는 것도 '정치적 꼼수' 이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을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최 대표 단식에 대해 국민의 80%가 싸늘한 눈총을 보냈고, 최 대표는 이에 대해 언론 탓을 하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식의 고통'을 생체험한 최 대표가 지금부터라도 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죽음을 각오한 단식이 진행되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생살이 타들어가는 분신을 하는가를 직시하기 시작한다면 국민들의 시선에는 점차 따스한 온기가 담겨질 것임에 분명하다.

최 대표의 '변화'를 주문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