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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자전거 여행을 마치며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의 수상한 여행 3] ㉞여행의 끝자락

달청 팀은 2017년 1월 3일 인천 공항을 출발해 47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2월 18일 15시 15분에 귀국했다.

‘출발한 지 엊그제 같은 데 벌써 그렇게 지났느냐.’는 SNS 친구들의 글을 읽었다. 하지만 처음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 내리던 날을 되돌아보면 몇 년 지난 느낌이 든다.

이번 뉴질랜드 자전거 여행은 남 섬 크라이스트처치를 출발해 최고봉 쿡 산 자락과 퀸즈 타운을 거쳐 더니든까지 간 뒤, 픽턴에서 페리를 타고 북 섬 웰링턴으로 건넜다.

ⓒ최광철 여행작가·방송인

이어 로토루아와 보웬 타운을 경유해 목적지인 오클랜드까지 약 2,000킬로미터의 여정이었다.

숙박은 주로 작은 도시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홀리데이 파크 캠핑장에서 지냈다. 캠핑장엔 취사장, 샤워장, 화장실 등 편이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

이번 여행은 언론을 통해 전국 공개 모집으로 선발된 동행자 4명과 함께 달렸다. 직장을 퇴직하고 제2의 장년기를 맞이해 새로운 희망과 도전의 계기를 갖고자 하는 분들이었다.

안타깝게도 일행 중 춘천댁이 ‘카카후’ 고개를 넘다가 강풍에 핸들을 놓쳐 넘어지는 바람에 부상을 당해 내외분은 중도에 포기해야만 했다.

사고 당시 지나던 차량 운전자들이 모두 정차해 달려들어 응급 처치와 병원 이송, 자전거 수송 등 구조에 도움을 주었다.

특히 끝까지 열과 성의를 다해 사고 처리를 도와준 휴즈 씨 내외분과 캠핑장 매니저 호렐 캐더린에게 감사드린다.

예상했던 대로 뉴질랜드는 산과 바다, 목장, 새파란 하늘 등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잘 간직하고 있었고, 국민들은 질서와 친절, 배려가 몸에 밴 모습이었다.

뉴질랜드는 자전거 천국이라는 명성답게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즐기고 있었는데, 특이한 것은 산악과 폐선 철로를 트레일이라는 이름을 붙여 자전거 타기에 알맞게 조성해놓은 점이었다.

하지만 도시와 도시를 이어 달려야 하는 자전거 여행객에게 매우 불편했다. 험준한 고개와 좁은 갓길로 인해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았고, 지진으로 도로가 끊겨 일부 구간은 버스를 이용해야만 했다.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매일같이 불어 닥친 바람이었다. 푸카키 호수로 가는 운하 제방 길에서 강풍에 맞서 세 시간 넘게 사투를 벌인 악몽은 잊을 수가 없다.

달청 팀은 각자 최선을 다해 여행 준비를 했다지만, 현지 사정과 달라 곤혹을 치러야만 했다. 비포장길 자전거 도로를 달리느라 덜컹거리는 충격에 가방이 연신 땅바닥에 떨어지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다.

또 이곳은 여름이지만 해 지면 춥다는 걸 모르고 가벼운 침낭을 가져오는 바람에 두툼한 옷과 이불을 새로 샀다.

하루 종일 빗속을 달리기도 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하루 서너 번씩 바르며 높은 고개를 넘었다.

언어는 영어 대신 손짓 발짓이 우선되었고, 의욕 넘치던 체력은 후반 들어 달리는 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졌다.

모바일 인터넷을 활용한 길 찾기에 익숙하지 않아 갈림길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달청 팀 모두 나이 예순이 넘어 생면부지 처음 만나 여행을 함께 떠났다. 애초 출발 전에 생각하기는 먹고 싶은 걸 각자 구입해 취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계란, 빵, 라면, 우유, 고기를 소량으로 구입하기 어려웠고, 마켓 찾기도 그리 쉽지는 않았다.

또 처음엔 매일 목적지를 정하고 각자 라이딩 해서 그날 저녁에 약속 장소에서 만나는 거였다. 하지만 혼자 앞서 달리다보니 갈림길이 나타났고, 만일 사고라도 발생했을 때 도와줄 친구가 필요했다.

결국 출발 전 생각은 빗나갔고, 채 이틀도 지나지 않아 누구도 무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나는 이번 여행을 주관한 입장에서 걱정스러웠던 것 중 하나는 행여 은퇴하고 자유를 찾은 이들에게 또 다른 틀 속에 가두는 느낌을 주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급적 동행자들이 스스로 도전의 성취감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에 충실하려 했다.

비록 짧은 여행이었지만 '배려와 소통'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힘들었지만 같이 동행하길 잘했어요.’라는 회고가 오래 남길 바랄 뿐이다.

추니와 자전거 세계 여행은 이번이 세 번째다. 퇴직하고 나서 새로운 희망과 도전의 계기를 삼고자 일종의 '사회 적응 프로그램'으로 시작됐다.

나는 목표를 향해 달렸지만 추니는 그보다도 일상을 중시했다. 여행하며 몇 번이나 싸웠을까? 젊은 새색시도 아니고 청춘 신랑의 위상도 아니었다. 우린 그저 넘어질까 두려워 나란히 구르는 두 바퀴였다.

2014년 유럽 5개국 3500킬로미터 횡단에 이어, 2015년에 한중일 3개국 4200킬로미터를 반 년 동안 함께 달렸다.

2017년 뉴질랜드는 좀 럭셔리한 여행이 될 거라고 추니한테 큰소리쳤는데 돌아보니 미안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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