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텅그룹 인터내셔널(WGI)은 지난달 30일 이라크에서 한국 민간인 2명이 피살되면서 비로소 우리에게 이름이 알려진 회사다.
창업자이자 지배주주인 데니스 R. 워싱턴의 이름을 딴 이 기업은 우리에게는 생소한 회사이나, 이라크전 과정에 미국 건설업체들이 얼마나 커다란 반사이익을 보고 있으며 이들이 '이윤 극대화-위험 최소화'를 위해 어떤 하청-재하청 과정을 밟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부시정권과의 연계로 이라크 재건사업 독식**
WGI는 미국 국제개발처(USAID)로부터 1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전후복구사업을 수주한 종합건설회사다. 이번에 한국인 피살사건이 발생한 티크리트 송전탑 공사는 그중 2천만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01년말 파산했다가, 이라크전이 발발하자 총 1천억달러로 추정되는 전후 복구 사업에 사활을 걸어 왔다.
WGI는 지난 11월에 발표한 3.4분기 실적에 따르면 32억달러 수주에 6억달러 매출, 4천만달러의 영업이익, 1천3백만달러의 순이익, 주당 순이익 50센트 등을 기록했다. 32억달러 수주는 신규사업 물량 증가에 힘입은 것으로, 전후복구사업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전후복구 사업이 WGI외 다른 미국 건설사들에게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임은 물론이다.
한 예로 딕 체니 미 부통령이 지난 2000년까지 5년간 경영했던 핼리버튼이 지금까지 이라크 복구사업 수주만 23억 달러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위의 수주고는 세계 1위의 건설.엔지니어링업체 벡텔이 차지하고 있다. 현재 벡텔사는 레이건 공화당정권시절 국무장관을 지냈던 '공화당의 대부' 슐츠가 지배하고 있다.
이라크 특수가 미 건설사들에게 큰 돈벌이가 되고 있는가는 WGI와 비슷한 규모인 핼리버튼의 자회사 켈로그 브라운 & 루트(KBR)사의 경우를 봐도 알 수 있다. KBR은 지난 3분기(7~9월) 이익이 4천9백만달러로 전년 동기(1천2백만달러)의 4배에 달했다. 이 기간 중 매출은 23억달러로 80%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이라크 복구사업과 직접 관련된 매출은 9억달러였으며, 여기서 얻은 이익은 전체의 70%인 3천4백만달러였다.
***이윤 극대화-위험 최소화 위해 제3국에 하청**
이라크 전후복구사업은 핼리버튼과 벡텔 등 미국 건설사들이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재건사업 물량을 따낸 뒤 이를 다른 나라들에 하청주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같은 방식을 취하는 것은 임금이 낮은 다른나라들에 공사를 시켜야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고, 동시에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으로부터도 자신들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이라크 반미무장세력의 집중사격을 받아 한국인 최초의 사망자를 낸 오무전기측도 발주사인 WGI로부터 12월25일까지 송전탑 및 전력선 가설공사를 완료하는 공사를 따낸 것이다. 이번 공사는 WGI가 미 공병대로부터 수주해 당초 필리핀의 실로(Shiloh)사에 하도급을 제안했고, 실로사가 다시 오무전기측에 컨소시엄을 요청하면서 참여하게 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복잡한 하청-재하청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사고가 발발했고, 그 피해자는 우리나라 기술자가 된 셈이다.
오무전기는 서울 구로구 구로 1동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송전탑.배전선로공사 등을 시공하는 전기공사 전문업체로 직원 17명, 지난해 매출 36억원의 영세기업에 불과하다.
오무전기에서 이라크 현지로 파견된 직원들은 현장소장을 포함해 정식직원은 13명으로 나머지 55명은 이번 공사를 위해 국내에서 채용된 계약직 기술자로 확인됐다. 더욱이 이번 사고로 사망한 김만수(46), 곽경해(61)씨를 포함해 사상자 4명이 모두 정규직원이 아닌 계약직원으로 알려져, 이들에 대한 보상문제 등이 어떻게 처리될 지 주목된다.
피해자 가족들은 지금 과연 어느 정도 보상금이 나올지를 감조차 잡지 못하고 있고, 오무전기측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연 이라크 특수로 호황을 맞고 있는 미 건설업체가 얼마나 보상을 해줄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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