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사회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 때문에 들끓고 있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박상기 장관 후임으로 그를 지명한 뒤에 시작된 '조국 반대론'이 찬성론을 압도하는 가운데 당사자인 조국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다양한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그는 26일 '법무부장관 후보자 조국이 국민께 드리는 다짐'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언론에 발표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제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을 통해 검찰 개혁이 완결되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진보와 중도, 보수를 막론하고 대다수 언론매체들은 날마다 조국에 관한 기사와 논설을 폭포수처럼 쏟아낸다. 대한민국 헌정 71년 역사에 장관 후보자 한 사람을 두고 이렇게 요란한 논란이 벌어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조국 후보자 사퇴론 가운데 가장 날카롭고, 아주 아프게 들릴 것은 '딸 문제'이다. 그의 딸은 한영외고 2학년 재학 중인 2008년에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 병리학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됐다. 그런데 그 내막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그것은 '연구 부정'이며 그 건을 이용해 고려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것은 부당하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리고 딸이 서울대 환경대학원을 다니면서 장학금을 받게 된 과정에서 같은 대학 교수인 조 후보자가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조 후보자가 지난 23일 밝힌 '가족 보유 사모펀드 기부, 웅동학원 공익재단 이관' 등도 청문회 안건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조국 후보자의 모교이자 현재 직장인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는 26일 아래와 같은 요지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 지금 서울대학교 구성원들은 조국 후보자에게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에 대해 분노와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
서울대학교 총학생회가 조국 교수에게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서울대학교 학생사회가 '보수화'되고 '우경화'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2주 간의 인턴십에 참여하여 논문에 제1저자로 등재된 것을 보고 밤낮없이 논문 작성을 위해 실험과 연구에 매진하는 학생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두 번의 유급에도 불구하고 조국 후보자의 딸에게 수천만원의 장학금이 돌아간 것을 보고 청년들이 허탈감을 느끼는 것 또한 당연하다. (···)
자신에게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법적인 문제는 없다'라고 말하며 후안무치의 태도로 일관하는 조국 교수가 법무부 장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론은 조국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거의 모든 매체가 그에게 융단폭격을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26일자 신문 사설 제목들을 보기로 하자(가나다 순).
경향신문-"'조국 인사청문회' 하루 빨리 열어 실체적 진실 밝히라'
국민일보-'잘못했지만 후보자 사퇴는 할 수 없다는 조국'
동아일보-'조국 더 버티는 건 임명권자에 대한 무례고 국민 모독이다'
조선일보-'조국 씨는 장관실이 아니라 검찰 조사실로 가야 한다
중앙일보-'법무장관 후보 반대 60.2%···조국 후보자는 겸허히 민심 따라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2,512명을 대상으로 한 8월 3주 차 주간 조사 결과,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46.2%로 지난 주 대비 3.2%포인트 하락했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지난 23~24일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문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해 '잘한다'는 응답이 41.5%, '잘못한다'는 응답이 49.3%로 나타났다. 2017년 5월 취임한 이래 부정이 긍정보다 가장 큰 격차를 보인 수치라고 한다. 여론 전문가들은 '조국 문제'가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문재인 정부는 개선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 경제, 풀릴 듯하다가 제자리로 돌아간 남북문제, 20·30대 젊은 층의 취업난과 심리적 위축 등으로 국민에게 이렇다 할 희망을 안겨줄 수 없는 형편이다. 게다가 촛불혁명에 힘입어 태어난 정권이 그 혁명의 이념과 정신을 구현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채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도 어렵다.
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문제에 대해 단 한 마디 언급도 하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자신이 지명한 인물이 헤어나기 어려운 비판의 급류에 휘말려 있으면 앞으로 그를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 방안을 주권자들에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혹시 국회 청문회만 잘 넘기면 된다고 기대하고 있다면 그 이후의 풍파를 어떻게 감당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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