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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중 "넌 왜 젖이 안나오냐" 그 교수는 무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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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중 "넌 왜 젖이 안나오냐" 그 교수는 무사하다

삼육대 학생 상대로 성희롱 발언, 모욕적 언행, 폭행 일삼아

"(20대 초반 여학생에게) 익을 대로 익었다." "여자는 늙을수록 화장이 두꺼워진다." "너는 왜 젖이 안 나오냐?"

신입생이었던 ㄱ 씨는 A 교수가 수업 중에 성희롱 발언을 하는 걸 보고 놀랐다. 앞자리에 앉은 학생의 머리를 주먹으로 내리치는 것도 봤다. ㄱ 씨는 "1학년 1학기 첫 수업이었는데 대학이 이래도 되나 생각했다"며 "대학 생활에 회의감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같은 수업을 들은 ㄴ 씨도 "무서웠다"며 "다음부터 A 교수 수업은 안 들었다"고 털어놨다.

견디다 못한 학생들은 해당 교수의 수업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글을 2018년 9월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인 에브리타임과 페이스북에 올렸다. 해당 글에는 "A 교수의 수업을 딱 한 번 듣고 질려서 그 후로 다시 듣지 않는다", "이 일 말고도 다른 수업에서 심한 말 많이 했다던데", "여전하시네", "정자 보여준 거 기억나냐? 어떤 남자애한테 뽑아오라고" 등의 댓글이 달렸다.

2017년 9월에도 A 교수에 대한 글이 삼육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왔다.

"… 여자는 어쨌다느니 남자는 어쨌다느니 성차별도 하지 마시구요. 여자애한테 주먹 들라고 하고 이게 니 자궁 사이즈다 이것도 하지 말아주세요. 여자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당사자는 얼마나 부끄럽겠습니까. …"

이 글에도 "아무리 봐도 그분", "자궁에서 백퍼야", "관뒀지만 기억나", "나 누군지 알 거 같다", "아픈 과거가 생각난다"와 같은 댓글이 붙었다.

프레시안에 들어온 제보와 취재 과정에서, 삼육대학교 학생들은 A 교수가 성희롱 발언 이외에도 모욕적 언행, 폭행 등을 일삼았다고 증언했다.

성희롱 발언만 아니라 모욕적 언행, 폭행, 성추행 증언도


A 교수의 성희롱 발언은 남녀를 가리지 않았다. 정자를 가르칠 때는 ㄷ 씨를 가리키며 '쟤 정자는 비실비실할 거야'라고 하더니 '너 토끼지?'라고 했다. ㄷ 씨는 "사람들이 다 있는데 그렇게 말하니 수치심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A 교수가 수업 시간에 성희롱 발언만 한 건 아니었다. 모욕적 언행에 대한 진술도 이어졌다. 진화론을 지지하는 학생에게는 '그러면 멍청한 원숭이들이 네 부모냐?'라고 했다. 왼손잡이인 학생을 지목하며 '가정교육을 잘못 받았다'고 하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어디에 사냐'라고 물은 뒤 사는 동네가 잘 사는 동네인가 아닌가에 따라 '너는 부모가 노력했구나', '너는 부모가 노력하지 않았구나'라고 하는 일도 있었다.

불필요한 신체접촉이나 폭행을 당했다는 학생도 있었다. 수업 중 갑자기 한 여학생의 머리카락을 뽑더니 '너의 DNA를 봐라'라고 하는가 하면, 면접에서의 첫인상을 설명하면서는 A 교수가 뻗는 손을 피하려는 학생에게 '차렷'이라고 말하고 머리채를 잡아 올리며 '너처럼 머리카락으로 이마를 가리고 있으면 사람이 갑갑해 보인다'고 하기도 했다.

ㄹ 조교는 수업 커리큘럼을 조정하기 위해 A 교수를 찾아갔다가 머리를 주먹으로 맞았다고 했다. ㄹ 조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커리큘럼은 교수 마음대로 바꿀 수가 없는 거고 학교도 그건 안 된다고 하는데 A 교수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면 되지'라는 식의 말을 했었다"며 "이전에도 학과 업무로 찾아갔더니 '야 이 새끼야' 같은 말을 섞어가며 큰 소리를 친 적이 있고 '조교가 그렇게 생각이 없는데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겠느냐'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성적 정정을 위해 찾아간 한 학생에게 A 교수는 2시간 30여 분의 면담 중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세상에는 네 가지 부류의 인간이 있다. 아무 말 안 해도 지 스스로 모든 걸 알아서 다 하는 아이들이 있지. 소위 서울대 스카이 다니는 애들이 70프로는 그런 애들이야. 그다음에 야! 공부해! 그러면 하는 애들이 있어요. 그게 중상위권 대학이야. 걔들 70프로는 그렇게 해. 그다음에 매를 가지고 때리면 하는 애들이 있어. 그게 너희 그룹이야. 그다음에 매 들어도 안 되는 놈이 있지. 내가 그러잖아. 내가 판단하는 너희들은 매를 대야 되는 그룹이라고."

피해학생 "피해자인 학생이 가해자인 교수를 피해 다니는 일은 그만하고 싶다"

피해학생들은 2018년 9월과 11월, 2019년 6월 세 차례에 걸쳐 A 교수를 삼육대학교 양성평등센터에 신고했다. 삼육대학교는 2018년 12월 A 교수에 대해 사과, 교육, 재발 방지 서약서 작성을 시행했다. 당시 사과는 피해학생이나 학과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10여 명이 듣고 있던 한 수업에서 행해졌다. 피해학생들은 이를 "솜방망이 처벌"로 규정하고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6월에는 교육부 갑질신고센터와 성희롱성폭력신고센터에 A 교수를 신고했다.

피해학생을 대표하고 있는 ㄹ 조교는 "A 교수의 폭언이나 폭행이 일회적 사건이 아니고 학교도 이 교수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학교는 별 반응이 없고 학생들은 A 교수를 피해 다니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ㄹ 조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피해자인 학생들이 가해자인 교수를 피해 다니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되면 좋겠다"며 "파면이나 해임을 원한다"고 전했다.

징계 진행 과정에 대해 삼육대학교는 "국가인권위원회와 교육부가 사건을 조사하고 있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학생과 교수 간에 말이 다른 부분이 있어 그런 부분을 명확히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다르냐는 질문에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라 답하는 게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2018년 12월 A 교수에게 시행된 조치의 양형 근거를 묻는 말에는 "위원회를 구성해 내부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고 답했다.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A 교수는 피해학생들의 주장에 대해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더 잘 가르치려고 하려던 부분이 학생들이 오해한 부분이 있다"며 "(교수가) 학생들이 잘못한 부분을 지도하고 개선하고 고치는 역할인데 기분 나쁘다 그러면 이십몇 년 동안 그런 식으로 해왔는데 (지금) 학생들만 이의를 제기하고 해서"라고 해명했다.

구체적인 발언 내용과 폭행에 대해 A 교수는 "어느 교수든 수업 중에 농담 삼아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고) 늘 사회에도 떠돌아다니고 그런 거"라며 "학생들 머리를 어떻게 때리나. 친한 애들에게 친근하게 톡톡 치는 정도는 있을지 몰라도"라고 답했다.

취재가 시작된 뒤인 29일 A 교수는 다시 사과를 시행했다. 한 학생은 "30여명의 학생이 있었고, 학교 관계자가 내부 규정 때문이라며 녹취와 녹화를 금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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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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