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철회를 전제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 총리는 2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오는 11월 23일부터"라며 "일본의 부당한 조치가 원상회복되면 우리 정부도 지소미아를 재검토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총리는 "일본이 근거도 대지 않으면서 한국을 안보상 믿을 수 없는 나라라고 딱지를 붙이고 이른바 백색 국가에서도 제외했다"며 지소미아 종료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그는 "안보 협력이 어렵다고 지목받은 한국이 일본에 군사정보를 바치는 게 옳은 것인가 하는 상태에 놓여 있었다"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본과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자주 국가로서 옳은 것인가 하는 물음을 가졌다"고 했다.
이 총리의 이 같은 언급은 한일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은 근본적 원인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도 지소미아가 공식 종료되는 11월 23일까지 일본의 대응에 따라선 한국 정부도 종료 결정을 거둬들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청와대도 지난 22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발표하며 "앞으로 일본이 우리에 대한 부당한 보복적 조치를 철회하고 한일 양국 간 우호 협력 관계가 회복될 경우에는 지소미아를 포함한 여러 조치들이 재검토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소미아 21조는 협정 만료 90일 전에 어느 한쪽이 종료 의사를 통보하면 종료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종료 의사를 전달한 뒤에도 이를 철회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3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지소미아 종료 의사를 공식 통보한 상태이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 이를 철회해 연장할 수 있는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소미아 공식 종료 시점까지 한일 간 외교적 대화 기회가 여러 번 예정돼 있어 정부는 일본의 대응을 주시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을 방침이다.
9월 하순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및 10월 말부터 열리는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등은 한일 정상이나 고위급 접촉이 이뤄질 수 있는 외교무대다. 10월 22일로 예정된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도 양국이 큰 틀에서 화해의 전환점을 구축할 수 있는 계기로 손꼽힌다.
하지만 일본이 오는 28일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 제외 결정을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수출 제한 품목을 확대하는 조치까지 취할 경우 한일 갈등은 상당 기간 동안 격화가 불가피해진다. 이 총리가 지소미아 재검토의 전제 조건으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철회를 명시한 만큼,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지소미아 종료 결정도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일본이 안보상 우호 국가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한일 양국 간의 신뢰를 깨뜨린 데 대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마땅한 일이었다"며 "이번 결정은 현재 상황과 미래 외교·안보까지 내다보면서 국익을 신중하게 따져 판단한 결과"라고 했다.
그는 "일본의 이율배반적인 태도와 부당한 처사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지소미아를 연장하는 것은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은 물론이고 한일 간 건설적인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해서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경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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