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가 27일 교보생명과 한미은행이 지급제시한 채무 3천3백여억원을 상환, 가까스로 1차부도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실상 'LG카드 채무 1년 만기연장'이라는 합의가 파기됨으로써 LG카드의 유동성 위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아울러 LG그룹이 LG카드 회생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외자유치 협상이나 LG카드 매각협상도 난항이 예상돼 "LG카드 사태는 해결됐다"는 김진표 경제부총리의 호언과는 달리 LG쇼크는 연말 금융계를 계속 불안하게 만들 전망이다.
***채권단 반대속 LG카드 3천3백억 지급**
LG카드는 교보생명이 지난 26일 신한은행 앞으로 교환회부한 LG카드 매출채권 3천25억원을 이날 오후 7시45분께 결제했다고 이날 밝혔다. LG카드는 27일중 카드결제 대금 명목으로 입금된 1조5천억원으로 채무를 상환했다고 밝혔다.
LG카드는 이어 전날 밤 교보생명이 교환 제시한 3백25억원 채권 상환에 이어 한미은행의 3백억원에 대해서도 어음 결제를 했다고 28일 밝혔다.
LG카드 "교보생명과 한미은행 채권은 금융권이 만기연장하기로 합의한 약속어음이나 기업어음(CP)이 아니라 일종의 ABS(자산담보부채권)와 같은 카드매출 채권으로 금융권의 만기 연장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채권이어서, 카드결제 대금으로 입금된 유동성으로 이를 상환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8∼9월까지 이같은 종류의 만기 도래 예정 어음은 없다"며 "추가적인 유동성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교보생명과 같은 매출채권을 가진 채권자들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나머지 CP나 어음은 만기연장 대상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채권단, 기아사태 재연 우려**
이에 따라 LG카드는 1차 부도위기를 넘겼으나, LG카드나 정부측 주장과는 달리 이번 사례가 선례가 돼 2금융권의 만기연장 협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 또다시 자금위기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LG카드가 제2금융권이 LG카드 부채를 만기연장해주기로 합의한 상태에서 교보생명의 채무를 상환함으로써 다른 제2금융권 회사들로부터 만기상환 요청이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교보생명의 상환요구에 응하지 말 것을 LG카드측에 요구했던 8개 은행들로 구성된 채권은행단은 LG카드가 이날 교보생명의 채무를 상환한데 대해 전체 2금융권의 만기연장 합의 정신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앞으로 금융감독원이 책임지고 2금융권의 만기연장 협조를 얻어야 하며 이번 사례가 잘못된 선례가 돼 유사한 상황이 되풀이된다면 채권은행들은 더이상 신규자금 지원에 나서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신규자금으로 지원키로 한 2조원 가운데 지난 24일 4천6백24억원, 지난 26일 3천7백20억원 등 모두 8천3백44억원을 LG카드측에 지급한 상태다.
채권단은 지난 97년 기아사태때도 은행들만 만기연장에 합의하고 신규자금을 지원해준 결과, 만기연장에 동의하지 않은 제2, 제3금융권이 은행의 신규지원금을 모두 빼내간 사태가 재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LG카드, 외자유치도 매각도 난항**
이처럼 LG카드의 회생 자체가 의문시되자, LG카드가 회생 차원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외자유치나 매각작업도 큰 난항을 겪고 있다.
외자유치의 경우 당초 LG카드가 LG카드 매출채권을 담보로 추진해온 GE캐피탈로부터의 5억달러 유치계획은 채권금융단에 담보를 잡히고 신규자금 2조원을 지급받기로 하면서 자동무산됐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희망했던 하나은행으로의 LG카드 매각도 27일 하나은행이 이를 극구부인하며, 공시를 내겠다고 밝히면서 백지화됐다. 금융당국은 LG그룹이 더이상 LG카드 회생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판단, 이를 국민카드-외환카드 등의 경우처럼 은행에 합병시키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따라 우리은행은 곧 우리카드를 합병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몇해전 LG카드의 외자유치 과정에 깊게 관여했던 한 외국계 펀드매니저는 LG카드가 간신히 부도를 면할 수는 있었으나, 앞날은 계속 험난할 것으로 내다봤다.
“LG그룹이나 금융당국은 여차직 하면 KG카드를 외국계나 국내은행에 팔 생각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대로 쉽게 될까. 내 경험으로 보면 ‘아니올시다’이다. LG카드는 이미 시장에서 신뢰를 크게 잃었다. 신뢰는 잃어버리는 데는 5분이면 족하나,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쌓는 데에는 수년이 걸리는 법이다.
외국계는 IMF사태후 각종 부실기업 매각때 보았듯 ‘협상의 귀재’라고 보면 된다. 아무리 속으로는 LG카드가 탐난다고 할지라도 겉으로는 별 관심 없다는 식으로 냉랭한 태도를 보일 것이다. LG카드가 크게 상처를 입은 만큼 시간은 그들의 편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LG측이 초조해하고 당연히 인수가격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어쩌면 LG는 풋 백 옵션 등의 조건으로 웃돈을 얹어주면서까지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
외국계는 설령 LG카드와 MOU를 맺은 뒤라도 실사 기간을 오래 늦춰 잡음으로써 최대한 이익을 얻으려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제 때’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결과다. 가장 큰 책임은 LG에게 있겠으나, 엄하게 구조조정을 독려했어야 할 금융당국의 책임도 그 못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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