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당초 계획했던 '기능부대 중심의 이라크 추가파병' 방식이 미국의 압력으로 '특정지역'의 치안 문제에 관여하는 전투병 반, 비전투병 반의 '혼성부대'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고건, "미국 요청으로 기능적 접근방식 폐기"**
고건 국무총리는 26일 조선호텔에서 열린 주한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초청 오찬 연설회에서 이라크 추가파병에 대한 참석자들의 질문에 대해 "의무.공병부대처럼 기능적으로 접근하는 방안은 '현지 사정'이나 `지역 담당'을 원하는 미국 요청에 따라 폐기됐다"고 말했다.
고 총리는 이어 "3천명 규모로 특정지역을 전담, 독자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를 파병한다는 원칙을 갖고 구체적인 지역과 부대 구성을 미국과 실무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고총리 발언은 당초 국방부가 마련한 두가지 파병안 가운데 특전사 1개여단이 포함되는 '혼성부대'안이 확정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국방부가 마련한 '제1안'은 공병.의무.정비.수송 등의 비전투병을 위주로 하고, 이를 보호하기 위한 자체 경비병력이 포함되는 '기능부대' 안으로, 이럴 경우 비전투병 1천8백명 가량, 전투병에 해당하는 경비병력 1천2백명 가량으로 편성되는 것으로 돼 있다.
제2안은 기능 부대외에 이라크 현지 군.경찰을 지도-양성하는 치안기능을 추가함으로써 한 지역을 독자적으로 담당토록 하는 '혼성부대' 안으로, 비전투병 1천5백명, 특전사 1개여단에 해당하는 전투병 1천5백명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투병 1천8백, 비전투병 1천2백 가능성 점쳐져**
따라서 고총리의 이날 발언은 전투병 반, 비전투병 반으로 구성되는 혼성부대안을 정부가 채택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전투병은 미국측 요구대로 특전사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파병돼 있는 서희-제마부대가 비전투병 위주로 짜여져 있는만큼 이들까지 합산해 전투병과 비전투병을 절반씩으로 한다는 명분아래, 새로 파병될 비전투병을 1천1백~1천2백명으로 하고 나머지 1천8백~1천9백명을 전투병으로 하는 방안이 채택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기도 하다.
고 총리는 이날 "구체적인 담당지역과 부대 구성은 한미 실무협의단의 논의와 국회 이라크조사단 보고 등을 참고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해, 구체적 결정이 가까운 시일내 내려질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국회 이라크조사단은 8박9일간의 방문을 마치고 26일 귀국했으며, 국회조사단중 다수는 2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방문기간중 로켓포 공격을 받고 죽을 뻔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남부와 북부는 안전하다며 이라크 추가파병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고 총리는 또 "한국의 추가파병 원칙과 노력에 대해 미국은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표현을 해왔다"며 "파병안에 대해 한미간 이견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자주파' 이종석 NSC차장 내달초 방미**
이처럼 파병과 관련한 정부 기류가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실무책임자이자 이라크 파병과 관련, 비전투병 파병을 주장해온 대표적 자주파인 이종석 사무차장이 취임후 처음으로 내달초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NSC에 따르면, 이 차장은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 초청을 받아 12월초쯤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 외에 국방부 등 정부기관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 차장은 정부 외교안보정책의 기획및 평가를 실질적으로 주도해오면서 특히 이라크 추가파병과 북핵 문제 등에서 한미동맹관계를 중시하는 외교.국방라인과 달리 독자적 목소리를 많이 내 국내 보수파로부터 공격 대상이 돼왔고, 미국 부시 행정부 관계자들로부터도 주목받아왔다.
이차장은 그동안 주한미대사관 등 미국측으로부터 수차례 면담 요청을 받았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미국측이 경계해온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