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들 정책만으로 여성이 마음놓고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저출산 극복이라는 국가 정책의 미명 아래 여성의 선택권을 통제하고 단기성 일자리만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여성계는 오는 8일 102주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한 반대 운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유연 근무제, 불안정한 여성 노동 더 '유연화'시킬 것"
40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민생 살리고 일자리 살리는 생생여성행동(생생여성행동)'은 3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추진하는 '퍼플잡(Purple Job·유연근무제)' 등 여성 일자리 정책에 대한 개선을 촉구했다.
'퍼플잡'은 출산·육아 부담을 느끼는 여성들이 전일제 근무보다는 단시간 근무를 할 수 있도록 근무 시간을 축소한 여성부의 일자리 정책이다. 이를 통해 출산과 육아 부담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정부의 도입 취지다.
그러나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창출된 일자리는 결국 여성의 단시간·저임금 노동을 고착화시킨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 생생여성행동 회원들이 정부의 여성 일자리 정책을 꼬집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
이날 생생여성행동은 "경제 위기 속에서 사라지는 일자리는 대부분 여성의 일자리고, 여성의 비정규직화가 점차 심화되는 상황에서 유연근무제는 여성의 일자리를 더욱 '유연하게' 만들 것"이라며 "불안정한 일자리 확대가 직장과 가정의 양립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황당하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어서 "정부의 이런 정책은 여성 노동자를 파트타임으로 흔들고, 집으로 내몰아 아이를 키우는데 전념하라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라며 "이는 '남성은 생계 책임자, 여성은 보조자', '양육은 여성의 몫'이라는 편견을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낙태 막는다고 출산율 올라가나?…여성 현실 무시한 '반인권적' 발상"
앞서 '102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공동기획단'은 2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불법 낙태 단속 방침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출산율이 걱정돼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에게 무조건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 것은 정부가 당사자와 아이의 인생까지 전부 책임질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몸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며,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현실이 바뀌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진보신당 박김영희 공동 대표는 "정부는 낙태를 규제해 여성의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말살하고, 유연근무제를 통해 여성의 불안정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최고위원도 "여성은 경제 활동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이중 70퍼센트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100만 원도 안 되는 임금을 받는다"며 "젊은 여성이 아이 맡길 곳이 없어 일을 그만 두고, 뱃속의 생명을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근본적인 현실은 외면한 채 낙태만 반대하는 것은 어떤 대안도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들은 6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102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전국여성대회'를 열고, △출산 강요, 낙태 단속 반대 △여성 유연근무제 반대를 알리는 1만 인 선언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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