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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 주세요'하며 말던 '폭탄주 서커스'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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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 주세요'하며 말던 '폭탄주 서커스'는 죽었다

신촌 바 '틸트' 주인장 주영준 작가의 <칵테일 스피릿>

덥수룩한 수염과 폴폴 날리는 헤어스타일. 글 깨나 쓰는 바텐더 신촌 바 틸트의 주인 주영준 작가가 칵테일에 관한 책을 냈다.

<칵테일 스피릿>(숨쉬는 책공장)은 "당신이 마시는 술에 대한 가볍고도 무거운 이야기"다. 술에 관한 매니악한 책은 아니고, 전국 어디에서나 꽤 괜찮은 메뉴를 가진 바에서라면 친근하게 찾아볼 수 있는 술과 칵테일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술에 관해서라면 일가견이 있다는 사람들은 대개 '잘 마신다'는 것을 내세우는데, 요즘 트렌드는 그게 아니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바'에 간다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고(바에 간다고 하면 이상한 상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시절이었다.), 그 '바'에도 술의 종류는 제한돼 있었다. 이른바 '양주'라는 건 국내 주류 업체가 외국에서 원액을 들여와 블랜딩한 것을 지칭하는 걸로 통했는데, 맥주에 타 먹는 게 전부인 것으로 대중에 잘 알려져 있던 시대였다. 그러니 '맛'을 내기 위해 술을 섞는 게 아니라, '서커스'에 기반한 온갖 화려한 '폭탄 제조' 퍼포먼스들만 애꿎게도 난무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애주가'는 여전히 '폭음가'와 동의어였다. 숱한 종류의 술들이 국내에 수입돼 왔지만 역시 '술'은 '소폭'이어야 한다는 문화가 압도적이었다. 물론 그 때에도 '진짜' 애주가들은 온갖 술을 섭렵하고 다녔다. 그러면서 우리 삶 속에 이미 '양주'라는 단어는 분해되고 있었다. '양주'란 이름 대신 진, 보드카, 위스키, 럼 등 고유의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대형 마트가 고용한 애주가들이 다양한 술을 들여오면서 '가정'에서도 이젠 '홈 바텐딩'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혼술 문화'도 점차 당당한 '장르'로 인정받게 된다. 이제 애주가들의 호기심은 왕성해졌다. 지금 마시는 이 술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어떤 사연으로 탄생했는지, 왜 이 술과 이 음식이 잘 어울리는지, 술과 술을 섞을 때 맛을 내는 '비법'이 무엇인지, 더 많은 지식을 갈구하고 있다. '몇 병 마시냐'는 허섭한 질문이 아니라, '어떤 술을 좋아하느냐'는 진지한 질문으로 넘어가고 있다. 매일(?) 마주하는 푸른 병에 든 쓴 맛 나는 술, 밍밍하고 노란 탄산 술에 질려 기왕 타고난 '술 맛을 아는 혀'를 활용해 보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대체 다른 사람들은 어떤 술을 어떻게 마시고 다니는 것인가' 하는 의문과 함께 '술 맛'의 세계로 이끌어 줄 안내자를 찾게 될 즈음, 주영준 작가의 이 책을 집어 드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바카디와 하나나 클럽 중뭐가 진짜 쿠바 럼일까?'

'데낄라를 마시다 남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봄베이 사파이어로 무슨 칵테일을 만들면 좋을까?'

'진 토닉에는 얼음을 넣어야 할까?'

'내가 만든 진 토닉은 왜 맛이 없을까'

이런 질문들에 대해 <칵테일 스피릿>은 친절하게 답해준다. 술을 마시는 방법과 섞는 방법, 술을 마실 때 사용하면 좋을 글라스들과 술을 섞을 때 유용한 기물들을 소개하고 술을 구입할 수 있는 곳들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진, 보드카, 데낄라 등으로 유형별로 분류하고 대표적인 브랜드들의 역사, 맛, 특징 등을 소개하고 각각의 술로 만드는 칵테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칵테일의 조연이라 할 수 있는 리큐르, 허브, 스파이스, 과일, 탄산수, 얼음 등을 다룹니다. 일반적 레시피는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레시피도 다룬다. 저자가 바텐더로 일하며 쌓은 경험들도 녹아 있다.

스스로를 '술과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주영준 작가는 "코리아 베스트 바 100의 말석에 오른 신촌의 바 틸트를 운영하는, 사회학 석사 학위를 소유한 30대 중반의 바텐더"이며, "여기 저기 술에 대한 칼럼과 에세이를 썼고, '위스키 대백과'라는 책을 번역한" 사람이다. 술 외의 주제도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아는 바텐더로, 고담준론부터 밑바닥 상인, 노동자의 이야기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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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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