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LG카드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의 대가로 LG그룹 오너인 구본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 계열사 이외의 다른 계열사 지분을 포함한 사재를 공동 담보로 제공할 것을 요구했으나 LG그룹이 이를 거부하면서 카드대란 위기감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채권단, "LG 아직도 정신 못차렸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1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장 돈이 없어 부도날 위기에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LG측은 확약서 문구가 지나치게 빡빡하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실효성 있는 구본무 회장 보유주식 담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며 "LG의 고개가 아직도 빳빳한 상태"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LG의 태도를 보면 국내최대카드사인 LG카드를 은행들이 돕지않고 어떡하겠냐는 식으로까지 비친다"며 "과거 대우나 새한 등도 처음에는 이런 태도를 보였었다"고 LG의 '대마불사'적 협상태도를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카드사의 경우 예금자보호대상이 아니어서 사고가 나도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능하다"며 "따라서 채권단 입장에서는 LG가 확실한 담보물건을 제시하고 LG카드 재건의지를 보일 때에만 신규자금 지원이 가능하다"고 못받았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구 회장이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주식 가운데 LG카드와 LG투자증권 지분은 LG카드가 부도위기에 직면한 현 상황에서 담보로서의 효력이 거의 없다"고 지적하고 "구 회장이 담보가치가 있는 개인 지분이나 사재를 담보로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카드는 10조4천억원에 달하는 카드 매출채권과 구본무 회장의 LG카드(3%) 및 LG투자증권(0.12%) 보유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고, 조속히 1조원의 증자를 하겠다는 구 회장의 자본 확충 확약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채권단은 구 회장은 LG카드와 LG투자증권 이외에 LG그룹 지주회사인 ㈜LG 지분 4%를 가지고 LG전자와 LG화학 등 LG그룹 자회사 전반을 관장하고 있는만큼 LG 지분을 담보로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LG카드의 경우 은행에서 빌린 돈이 약 3조3천억원에 달하고, 잠재부실 규모는 8조5백60억원, 여기에 부실대출을 대출금으로 전환한 대환대출까지 합할 경우 그 액수가 9조3천2백80억원에 달해 자칫 금융대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관치금융의 결과**
한편 한때 시장에서 부도설이 나돌기도 했던 외환카드 처리 문제를 놓고도 외환은행의 최대 주주인 론스타, 2대 주주인 올림푸스 캐피털은 외환카드를 외환은행에 합병하는 방향으로 논의중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는 외환은행이 외환카드를 흡수합병해 부도를 막기를 희망하나, 론스타나 올림프스 캐피탈 모두 미국계 펀드라는 점에서 결과를 낙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LG카드에 크게 물리게 된 것은 카드채 유동성 위기가 발발하자 지난 5월 정부가 투신사가 보유하고 있던 카드채권 등 만기가 돌아오는 5조원을 브릿지론(매입자금 조성) 형식을 빌어 은행-보험-증권사가 공동으로 매입토록 하는 관치금융의 결과"라며 "결국 근원적 해법을 찾지 않고 발등의 불을 끄겠다는 식의 대응이 화를 키운 셈"이라고 정부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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