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사실상 전투병과 비전투병을 함께 이라크에 파병하기로 방침을 정했음을 시사했다. 국방부는 이같은 대통령 결정에 만족하며 이를 사실상의 전투병 위주의 파병 결정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노대통령, '혼성부대' 파병 시사**
노 대통령은 12일 충청지역 언론과의 합동 기자회견에서 파병문제와 관련, "우리는 비전투병, 소규모 규모 비전투병, 재건지원병, 재건지원부대를 생각하지만 미국의 요청은 어느 지역을 맡아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대개 그런 바람이 어디까지나 주권국가의 결정사항이라고 하면서도 희망사항은 그렇게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같은 미국요구에 대한 정부내 이견과 관련, "지금 국방부나 군에서는 안전성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미국의 경비보호를 받는 비전투병 부대가 안전하냐 아니면 우리 스스로 자기 독자적인 작전 능력을 가지고 지역을 책임져 나가는 것이 더 안전하냐. 이런 문제에 대해서 지금 현재 국방부 쪽은 후자가 오히려 더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한 뒤 "그러나 이 두 개는 어느 한쪽으로 완벽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절충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노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정부가 전투병 파병을 요구하는 미국요구를 대폭 수용해, 전투병과 비전투병으로 함께 구성된 '혼성부대'를 파병하기로 방침을 정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외형만 '혼성부대', 실제내용은 '전투병'**
이같은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그동안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비전투병 파병'에 강력반발해온 국방부는 내심 크게 만족해하는 분위기다. 비전투병과 전투병을 반씩 섞어 보내는 혼성부대 양식을 취하더라도 이라크 현지에 가면 사실상 전투병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중국을 방문중인 김종환 합참의장은 11일 저녁 베이징주재 한국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라크 파병문제는 잘 풀릴 것"이라며 "파병을 결정하면 반대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국익을 위해 결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의장은 파병규모와 관련해서도 "병력규모는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나 우리가 당초 제시했던 3천명보다는 많을 것"이라며 "진주할 경우 기존 미군기지가 있는 곳에 주둔하고 당연히 그쪽의 상황에 따라 병력규모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파병규모가 3천명을 웃도는 동시에, 파병시 미군의 지휘를 받게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의장은 또 "미국과 정책 조율을 통해 좋은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언론에서 전투병, 비전투병으로 구분해서 말하고 있으나 이는 잘목된 것이다. 군인은 모두 전투병이다. 군의관도 총은 쏴야 한다"고 말해, 외형상으로는 파병부대가 비전투병과 전투병이 섞인 혼성부대 성격을 띠나 실제 내용은 '전투병 파병'이 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국 만나면 고분고분, 국내선 자주파인양 큰 소리"**
이처럼 전투병 파병을 주장해온 국방부의 득세가 확연해진 가운데, 정부내에서는 비전투병 파병을 주장해온 자주파에 대한 반격이 시작되기도 했다.
외교통상부의 위성락 북미국장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 5~6일 이라크파병 관련 한-미 워싱턴회의를 거론하며 "협상 파트너(미국)에게는 고분고분하면서 안에 와서는 떠들고 그런 사람은 협상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며 "안에서는 민족 자주를 대변하는 사람처럼 떠들면서 미국 사람들만 만나면 빌어서 해결하려는 사람도 있다" 고 정부내 자주파를 성토했다.
위 국장은 또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 언행이 (국내에서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니까 (국내에 돌아와서는) 협상할 때 한 말과 완전히 다른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위 국장은 이어 "우리와 협상 파트너로 나오는 미국사람들은 한국측의 누가 어떤 식인지를 다 안다"면서 "국내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만 갖고 미국과의 일에서 자주파냐 아니냐 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파병 같은 정책을 잘못하면 미국과의 관계에서 엄청난 피해를 볼 수 있는 일"이라면서 "협상을 하려면 그쪽 생각을 정확히 알고 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같은 발언은 그동안 비전투병 파병을 주장해온 정부내 자주파를 정조준한 것으로, 앞으로 정부내에서 국방-외교라인의 한미동맹파 발언권이 거세질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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