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미국 대신에 말레이시아에 이라크 지원을 요청했다가 거절 당하는 외교적 망신을 당했다.
11일 일본 지지(時事)통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를 방문중인 일본의 가와구치 외상은 이날 말레이시아의 사이드하미트 외무장관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이라크 전쟁 발발 당시에는 입장 차이가 있었을 수 있으나 이라크의 안정화를 위한 협력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이라크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사이드하미트 외무장관은 "말레이시아로서는 정당성이 있는 유엔의 틀 아래서가 아니라면 협력이 어렵다"며 "현재의 안보리 결의로는 충분치 않다"고 답해, 미국 주도의 이라크 재건에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말레이시아의 이같은 단호한 거부로 인해 일본은 외교적 망신을 당하는 동시에, 일본의 외교적 한계도 드러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의 일본경제 의존도가 높은 점을 앞세워 동남아에 대해 우월한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과시해 왔다.
일본은 이같은 우월감에 기초해 이번에 말레이시아에 이라크 지원을 요구했다가 망신을 당한 셈이며, 이는 최근 동남아가 일본 대신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하나의 사건으로 일본내에서는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일본은 특히 그동안 미국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마하티르 총리가 지난주 21년간의 통치를 마치고 사퇴한 것을 계기로, 말레이시아로부터의 지원을 얻어내려 하는 얄팍한 외교를 펼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번 파문은 일본의 외교적 한계를 드러낸 것인 동시에, 세계각국의 잇따른 지원거부로 궁지에 몰린 미국이 일본을 외압수단으로 대신 내세울 정도로 내심 크게 초조해하고 있는가를 보여준 외교적 해프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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