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즈펠드 미국방장관이 한국에 대해 보다 많은 이라크 추가파병을 공개리에 요구했다.
***럼즈펠드, "사람이 살해당하는 이라크에 투입하는 것은 물리적 용기 필요"**
오는 16일 방한 예정인 럼즈펠드 장관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가진 한국-일본기자단과의 회견에서 "한국정부는 이라크 파병과 관련 강력한 반대에 직면해 있다. 한국에 무엇을 바라는지 직설적으로 말해달라"는 한국측 기자의 질문에 대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럼즈펠드는 이 질문에 대해 "우리는 한국이 무엇이든 옳다고 믿는 일을 하기를 바란다. 농담이 아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바라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나라들이 하고싶지 않은 일을 하기를 바라지 않는다"라고 미국이 결코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그러나) 나는 다른 나라들이 많은 병력을 보내는 것을 보고싶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들이 이라크와 이라크에서 성공에 헌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실제적으로 한국에 대해 대규모 파병을 요구했다.
럼즈펠드는 이어 "우리는 현재 (한국 등) 14개국과 추가 병력 파견을 논의중"이라면서 "우리는 그 14개국이 모두 (이라크에) 들어오기를 바란다. 더 많이 오면 더 좋다"고 말해, 지난주 한-미 고위급 실무협의에서 3천명의 비전투병 파병을 제안한 한국측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럼즈펠드는 이어 "그러나 우리는 그곳에 더 많은 병력을 보내고 싶어하지 않는 국가들, 그곳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 국가들이 오는 것은 원치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사람들이 모두 자기에게 최선의 이익이 된다고 믿는 일을 해야 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라고 한걸음 발을 뺐으나, 럼즈펠드의 이같은 발언은 한국이 파병을 하지 않을 경우 더이상 파병을 강요하지는 않겠으나 이에 따른 불이익을 있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경고로 해석되고 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어 "우리는 당신들이 국민앞에, 선거구에, 의회에 가서 이런 저런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정치적인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파병을 위한 '정치적 용기'를 촉구하기도 했다.
럼즈펠드는 이어 "사람들이 때때로 살해를 당하고 부상도 당하게 되는 이라크에 투입하는 것은 물리적인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안다"고 말함으로써, 미국이 현재 요구하고 있는 것이 비전투병이 아닌 전투병 파병임을 드러내기도 했다.
럼즈펠드는 12일 워싱턴을 출발해 괌을 경유해 일본과 한국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럼즈펠드 장관은 한국에서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머물면서 17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 참석해 조영길 국방장관과의 회담, 18일 노무현대통령과의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정부내 '혼성부대 파병론' 재부상**
방한을 앞둔 럼즈펠드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노무현정부에 대해 대규모 전투병 파병 결정을 조속히 내려줄 것을 압박하는 것으로, 정부에게 큰 부담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정부는 이에 11일 오전 노대통령 주재로 비공개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대미 파병협의단과 2차 이라크 정부합동조사단의 귀국 보고를 토대로 이라크 추가파병 세부계획을 집중 조율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날 회의는 미국이 '비전투병 3천명' 파병을 거부함에 따라 `완전 백지'상태에서 논의를 재출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회의결과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파병 찬성론을 펴고 있는 국방부 라인에서 전투병 파병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어 주목된다. 김희상 국방보좌관은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병도 군의 입장에선 전투병이 될 수 있고, 동티모르에 간 평화유지군도 알고 보면 다 특전사"라면서 "따라서 부대 성격보다는 현지에 가서 무슨 임무를 수행하는지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전투병 파병을 주장했다. 현재 국방부 라인에서는 한-미 실무협상 결렬후 전투병과 비전투병인 공병을 함께 보내자는 '혼성부대 파병론'이 강하게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파병지와 관련해선, 이미 미국이 101공중강습사단 대신에 자국 해병대를 배치키로 한 모술 지역이 아닌 173공정여단 작전구역인 북부 키르쿠크, 82공정사단 구역인 서부 하디사 등 제3의 지역에 파병하는 방안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파병안 확정 시기와 관련해선 이번 정기국회가 사실상 16대 국회 마지막 회기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임시국회 소집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늦어도 내달 중순까지는 확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편 외교가에서는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이번 방한에서 청와대로 노 대통령을 방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파병관련 입장이나 친서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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