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정부는 이번주 워싱턴에서 차관보급 실무협상을 열고 한국군 추가파병을 집중 조율했으나 파병 성격과 규모, 시기 등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히는 데 실패, 협상 일정을 하루 앞당겨 귀국키로 했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 정부는 17일 서울에서 조영길 한국 국방장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참석하는 가운데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이 문제를 매듭지을 계획이나 타결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파병 규모-시기-지역 모두 논란**
한국의 이수혁 외교통상부 차관보,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 서주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기획실장 등 대미 파병협의단은 지난 5~6일 워싱턴에서 리처드 아미티지 미국 국무부 부장관,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스티브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부차관보 등 미국 행정부 당국자들과 폭넓게 접촉하고 한국군 추가파병 문제를 논의했으나 상호간 입장 차이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우선 파병 규모와 관련, 한국측은 3천명 규모의 비전투병 위주(공병 2천명, 경비병 1천명)의 파병 의향을 타진한 반면, 미국측은 여전히 사단급의 '안정화 부대' 파병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만약 한국이 3천여명만 파병할 경우 미국사단 예하의 연대급으로 편입돼 미군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치안 유지나 소탕 작전이 아닌 순수한 이라크 재건업무만 희망하고 있는 우리 정부와 큰 견해차이를 보였다.
파병 시기와 관련해서도 한국이 총선 등 국내 정치일정 등을 고려해 4월이후를 희망한 데 반해, 미국은 당초 예정대로 내년초 파병을 요구하는 등 한-미양국은 쟁점마다 큰 견해차를 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파병 지역과 관련해선 미국이 내년초 해병대를 모술지역에 투입키로 함에 따라 한국군의 모술 파병 가능성이 낮아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내년초 새로 투입될 미 해병대의 규모가 101공중강습사단보다 크게 적은 반면에 모술의 전투상황은 나날이 격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군이 미 해병대 보완병력으로 투입될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승주 주미대사 급거귀국**
이처럼 차관보급 실무협상에서 양국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음에 따라 파병협상은 오는 17일 서울서 열리는 조영길 국방장관과 럼즈펠드 미국방장관간 회담과, 18일 예정된 노무현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장관간 회동에서 주요 고비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같은 한-미 장관협상을 앞두고 한승주 주미대사와 문영한 주미대사관 국방무관(소장)은 정무협의와 SCM 참석차 14일께 귀국할 예정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한승주 대사는 지난달 18일 노무현 대통령이 급작스레 파병결정을 내리기 직전에도 급거귀국해, 미국 정부의 분위기를 전하며 노대통령의 파병 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한승주 대사는 그 직후인 지난달 20일 주미대사로서는 극히 이례적으로 태국 방콕에서 열린 노무현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대통령간 한-미정상회담에도 배석하는 등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주도적 역할을 해온 바 있다.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이번에도 한승주 대사가 노무현 대통령등에게 미국정부의 메시지를 전하는 게 아니냐며, 그의 귀국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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