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여성의 유두 해방 시위 이미지'를 6회 삭제하다
페이스북은 지난 8월 1일부터 4일 사이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게시한 행사 홍보물을 6회에 걸쳐 삭제하였다. '나체 이미지 또는 성적 행위'가 홍보물에 있었다는 이유다. 홍보물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여성의 몸과 해방이 주제인 청년여성 단편영화 상영회의 패널로 초청된 여성단체 활동가가 이미지 속에서 상의 탈의를 한 채 'YOU DO? I DO!(너만 까냐? 나도 깐다!)'라는 피켓을 들고 있고, 우측에는 '찌찌는 죄가 없다'라는 피켓을 든 손이 그녀를 지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유두 해방 시위 사진이다. 이것은 왜 '삭제' 되었을까?
페이스북이 문제 삼은 것은 '여성의 유두'였다. 페이스북은 '불쾌한 콘텐츠'를 규제하는데 그중 한 항목인 '나체 이미지 또는 성적인 콘텐츠'에는 이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다. △성기가 노출된 나체 이미지, △성적 행위, △여성의 유두(모유 수유, 출산 후, 건강 및 시위 행위와 관련된 경우 제외), △성적으로 노골적인 표현.
한국성폭력상담소 홍보물은 엄밀히 말하면 여성의 유두 중에서도 '시위 행위와 관련된 경우'에 해당하므로 규정 적용에서 제외되어야 마땅하다. 해당 홍보물을 게시할 때도 '시위와 관련된 사진'임을 명시·강조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결국 게시물 삭제를 6회나 반복했다. 2회는 재검토를 통해 잘못된 결정이었음을 확인하고 홍보물을 복원하였다가 위반 사유에 대한 알림 없이 다시 삭제했다. 3회는 앞서 복원된 홍보물과 동일한 내용의 홍보물임에도 불구하고 재검토 결과 '규정 위반이므로 삭제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1회는 페이스북의 '여성 유두' 게시물 차단을 문제제기하는 언론 기사를 인용한 게시글로, 별도의 사진 첨부 없이 게시하였으나 마찬가지로 삭제되었다.
시위 행위와 관련된 경우임에도 왜 삭제되었는지 질문했을 때 돌아온 것은 '인공지능(AI)의 정확도나 효율성'이 그렇다는 답이었다. 그런데 AI에 러닝을 통해 정확도나 효율성을 부여할 때, 기준은 페이스북의 지침이고 무엇이 그것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시선'이다. 6회에 걸친 '여성의 유두 해방 시위 이미지' 삭제는 페이스북의 지침 자체를 다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애초에 여성의 유두는 왜 '삭제' 대상인가?
페이스북은 '여성의 유두'를 '불쾌한 콘텐츠'로 규정하고 삭제 대상으로 삼는다. 남성의 유두는 자유롭게 게시할 수 있지만 '여성의 유두'는 나체 이미지 또는 성적인 콘텐츠로 특정된다.
제일 먼저 던지는 질문은 '무엇을 여성의 유두로 일괄적으로 인식할 것인가?' 이다.
2015년 한 트랜스여성은 유방 개발 전후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시하였다. 동일 인물의 사진임에도 가슴이 편편한 이전 사진은 삭제되지 않았고, 가슴이 봉긋한 이후 사진은 삭제되었다.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가슴 크기와 모양, 성정체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페이스북은 '남성의 유두'와 '여성의 유두'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정확도와 효율성'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이는 성별이분법을 강화할 뿐 아니라 여성의 몸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일정 크기 이상인 가슴이 달린 여성의 몸'이라는 스테레오 타입을 양산한다.
페이스북은 여성의 몸의 일부이고 사람마다 제각각으로 생긴 가슴을 기본적으로 '성적인 콘텐츠', 즉 '성적인 대상'으로 규정한다. 동시에 '모성' 또는 '건강'과 관련이 있는 것, '시위'처럼 특수한 경우는 성적인 콘텐츠의 예외라고 말한다. 무엇은 성적인 것이라 보고, 무엇은 성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누구의 시선에 의한 판단인가? 그것을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은 누구에게 있는가?
예외 규정에 관한 판단과 적용 또한 맥락이 없고 부정확하다. 2018년 '유방절제술 네트워크(Mastectomy Network)'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는 한 여성은 페이스북을 '성차별적 이중 기준(Sexist Double Standards)'로 고소했다. 페이스북이 유방절제 후 유방을 상징하는 로고 '(-)(*)'를 차단하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유방절제술 흉터를 보여주는 사진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반면 남성의 고환을 보여주고 공유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그녀는 비판했다.
'여성의 유두'만 감추면, 성적대상화와 폭력이 사라지나
일각에서는 이미 '여성의 유두'가 성적대상화되어 소비되고 있는 것은 남성중심사회의 현실이고, 그렇기 때문에 여성 성적대상화, 이미지 착취가 범람하지 않도록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짧은 치마는 성폭력을 유발하니 입으면 안 된다'라는 규정에 대해서 '남성중심사회의 현실이 그러하므로 짧은 치마를 단속해야 한다'라고 승인하는 것과 같은 태도다. 긴 치마를 입거나 바지를 입거나 겨울 코트를 입어도 성폭력을 겪는 현실은 보지 못하게 하며, 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린다. 여성의 신체를 성적대상화하는 시선은 '현실'이라는 이유로 자연화한다.
반대로 질문해보자. 여성의 '유두' 노출을 금지하면 여성에 대한 성적대상화가 완화되는가? 여성을 성적대상화하고 이미지 착취하며 강간문화를 조장하는 수많은 콘텐츠에 유두는 가려져 있다. 대신에 가슴의 크기와 가슴골, 심지어 중력을 거스르는 각도 등을 과장되게 강조한 그래픽은 게임, 만화, 광고 곳곳에 버젓하다. 유두만 가린 여성의 가슴 또는 엉덩이 사진, 유두와 성기 부위만 가린 여성형 리얼돌의 홍보물, 불법촬영과 성폭력을 암시하는 만취한 여성의 사진 등은 페이스북 규정과 AI의 차단 프로세스를 무사히 '통과'하고 있다.
오히려 '여성의 유두'를 금기시하는 것은, 여성의 신체를 성적인 콘텐츠로 보면서도 특정 부위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가령 여성의 유두나 겨드랑이 털)은 혐오스러운 대상으로 통제하는 성차별적 규범과 더 관련이 깊다. <성스러운 유방사>에서 이라영은 이렇게 지적한다. "아무리 '파격 노출'을 해도 젖꼭지는 잘 감춘다. 젖꼭지가 보이면 이는 '사고'로 처리된다. 노브라에 대한 반감은 정확히 젖꼭지로 향한다. 겨드랑이 털과 함께 젖꼭지는 여성이 아무리 야한 옷차림을 해도 드러내지 말아야 할 신체 부위다."
'이쁘거나 역겹거나?' 이중적인 시선이 통제하는 것
여성의 신체에만 부과되는 이중적 성규범에 따라, 여성의 가슴은 언제나 봉긋하게 솟아 있고 가슴골이 보이도록 모으고 감싼 이미지로 재현되지만, 유두는 감춰야 하는 부위로 여겨진다. 유두 노출을 통해 드러나는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가슴, 쳐진 가슴, 짝 가슴, 병든 가슴 등은 '불쾌한 이미지'로 평가된다. 다양한 유두를 보여줄 수 없는 사회에서 일종의 밈으로써 존재하는 '작고 매끄러운 핑크빛' 유두는 소아성애적인 시선으로 이상화되고 '크고 검고 돌기가 많은' 유두, '축 늘어진 유두'는 늙음 혹은 '문란함'의 증거로 취급받으며 가늘어진 눈초리를 받는다.
문제는 '여성의 유두' 자체가 아니라 누가 '여성의 유두'를 대상화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있는가이다. 가수 설리는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일상 사진을 SNS에 게시했다는 이유로 수많은 악플에 시달려야 했다. 상의 탈의를 하고 유두 해방 시위에 나선 여성들은 단순히 '벗을 자유'가 아니라 '성평등'과 '몸 다양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유두 해방 시위의 문제의식에 눈감은 일부 남성들은 모욕적인 품평과 성희롱을 쏟아내고 있다.
페이스북의 '여성 유두' 게시물 차단을 문제제기하는 기사 댓글에는 "꼭지도 나름이다 이쁜 게 있고 역겨운 게 있고"라는 댓글에 수십 개의 공감이 쌓였다. 누군가의 몸에 대해 '이쁜가 역겨운가'를 판단하는 오만은 무엇에서 비롯되는가. '여성의 유두'를 원칙적으로 '불쾌한 콘텐츠'로 정의하고 금지하는 페이스북 규정은 성적대상화된 몸으로서의 여성 이미지만을 용인하고 자신들이 보고 싶지 않은 여성의 신체 부위는 통제하고 삭제하고자 하는 남성중심적인 시선과 문화를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다양한 문화, 나이, 질병, 장애, 성별, 성정체성의 몸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자존감과 통제력을 해치고 몸 다양성 담론을 축소한다.
성평등과 몸 다양성, 세계적 플랫폼의 기준이 되어야
그동안 전 세계에서는 페이스북의 '여성의 유두' 금지 규정을 바꾸기 위한 문제제기가 지속되어 왔다. 2015년에는 여성의 상의 탈의 사진에 남성의 유두를 합성하여 해당 규정을 비꼬는 #freethenipplecampaign 캠페인이 온라인상으로 이어졌고, 2018년 불꽃페미액션은 '찌찌해방만세' 시위 사진을 차단한 페이스북을 규탄하며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상의 탈의 시위를 벌였다. 지난 6월에는 페이스북 뉴욕시 본부 앞에서 백여 명의 사람들이 남성의 유두 스티커로 몸을 감싼 채 나체 시위를 하는 #wethenipple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우리는 '여성의 유두' 자체를 성적 신체 부위로 전제하는 시선에 반대하며, 그 시선이 누구를 중심으로 규정되어 있는가 반문한다. 이와 같은 남성중심적 시선이 당연한 것으로 용인될 때 여성의 신체는 대상화, 도구화된 이미지로 고착화하고 여성을 억압하는 성차별적 규범은 강화된다. 사회는 누구를 기준으로 '성적 대상'을 규정하고 통제하고 착취하고 있는가? 이제는 이중적이고 불평등한 규범을 바꾸어야 한다. 폭력에는 단호해야 하지만, 약자들의 신체 다양성을 축소시키고 위축시키는 방식으로는 폭력을 양산하는 권력이 되풀이될 뿐이다.
페이스북은 조속히 규정 자체를 바꾸고, 성차별과 성착취, 성적대상화를 더 면밀하게 맥락적으로 검토할 방안을 마련하여, 범세계적 플랫폼을 운영하는 영향력 있는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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