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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에 훔쳐 쌓아둔 '70억 돈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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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에 훔쳐 쌓아둔 '70억 돈다발'

'족벌경영'의 한계 또 드러나, 국민 허탈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견건설업체로 탄탄한 재구구조와 고액배당정책 등으로 투자유망주로 꼽히던 신일건업이 창업주의 수준이하 후계자 탓에 고초를 겪고 있다.

대표이사 홍범식씨(44)가 회사 공금 76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6일 검찰에 구속되자 7일 증권거래소가 신일건업에 대해 조회공시를 요구하고, 일부 증권사에서는 "기업신뢰성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며 투자의견을 매도로 내리는 등 시장의 응징이 가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시장의 차가운 응징**

홍씨의 횡령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신일건업 주가는 7일 전날보다 14% 이상 폭락한 2천8백5원(오후 1시30분 현재)으로 하한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홍씨는 부친인 홍승극 회장 몰래 허위 약속어음을 발급한 뒤 지급일에 회사에서 어음금을 받아가는 방식으로 지난 4월부터 총 55차례에 걸쳐 75억6천만원을 가로챘다.

홍씨는 이처럼 횡령한 돈을 1만원권 현금 약 70억원과 유가증권 20억원 상당을 서울 강남 논현동의 한 빌라 안방에 쌓아두고 있다가 검찰에 적발돼 모두 압수당했다.

신일건업은 2003년 시공능력평가액(약 2천2백53억원) 56위의 건설업체로, 지난 57년 창업된 이래 지난 98년 외환위기 때 대다수 건설사들이 연쇄도산을 할 때에도 은행돈 한푼 안 쓸 만큼 알찬 회사로 유명했다. 또한 지난 몇년 사이에는 아파트 폭등에 힘입어 창사이래 최대의 호황을 구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식 농사'를 잘못 지은 탓에 창업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고, 이같은 아들의 횡령 사실을 안 홍 회장은 한때 쓰러지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씨는 검찰에서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하고 싶었다"고 횡령 이유에 대해 구차한 변명을 하기도 했다. 자력으로 독립할 생각은 하지 않고 회삿돈을 훔쳐 독립하는 게 과연 '독립'인지 개탄스런 대목이다.

경제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족벌경영'의 폐해를 드러낸 또하나의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린다김 살던 단독주택 자리가 비자금 은닉 장소**

홍 회장 집안은 3대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주택가에 자리잡은 3층짜리 고급 단독주택에 살고 있다. 그러던 중 홍범식씨는 지난 5월말 그 맞은 편에 5층짜리 모 빌라의 2층집을 '돈 보관장소'용으로 구입, 이 곳에 현찰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을 급습한 검찰에 따르면 29평형 빌라에는 각각 4억~5억원의 현금이 들어있는 상자 약 15개와 함께 20여억원의 유가증권이 빌라에 보관돼 있었다. 이 자금은 회사 비자금이 아니라 홍씨가 개인적으로 조성한 비자금이었다.

검찰이 공개한 엄청난 규모의 돈다발 사진은 최근 대선자금 파동과 맞물려 가뜩이나 기존 정치권 및 재계에 대한 환멸감에 잡혀있던 국민들에게 또 한차례의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홍씨가 비자금을 은닉한 이 빌라는 무기중개 로비스트로 유명한 린다 김이 살던 단독주택을 지난해 경기도의 한 건설업자가 재건축한 빌라라는 점. '로비설의 주인공'이 살던 터가 '비자금 창고'로 바뀐 셈이다. 한국사회가 거의 바뀐 게 없음을 보여주는 풍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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