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해 장애인들이 황 대표와 자유한국당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지난 7일 황 대표는 한국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도발에 벙어리가 돼버렸다"며 청각장애인 비하 용어인 "벙어리"를 사용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들은 9일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황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황 대표는 장애인 차별 해소를 위한 책임이 있는 자리에 있음에도 청각장애인을 비하하는 '벙어리'라는 용어를 사용해 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적 시각을 드러냈다"며 "장애인 비하 망언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한국당이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박명애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장애인 비하 발언을 정말 쉽게 하지만 당사자인 장애인들의 가슴에는 피멍이 든다"며 "(장애인이었던 까닭에) 어릴 적 할머니 등에 업혀서야 밖에 나갈 수 있었는데 그때 동네 아이들이 놀리면서 따라온 일이 가슴에 맺혀 밖에 나가기도 싫었다"고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박 대표는 "사람 가슴에 멍드는 말도 조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무슨 민의를 대변하고 제대로 일하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만나서 면담하고 사과받고 재발 방지 약속받는 그 날까지 마음 강하게 먹고 싸우면서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는 "뉴스를 처음 보고 황 대표가 '벙어리'라는 말을 할 때 혹시라도 '장애인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표정을 짓지 않았을지 영상을 수차례 돌려봤지만 아무런 표정 변화를 볼 수 없었다"며 "황 대표가 반성하는 말을 할까 뉴스를 검색하며 하루를 기다렸지만 아무 말이 없었다"고 지난 이틀을 돌아봤다.
박김 대표는 "한국은 학교와 직장에서 장애인 인권 교육을 의무로 하고 있고 장애인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매일매일 힘들게 교육을 하러 다니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정치인의 한 마디로 ‘장애인을 저렇게 말해도 되는구나’ (하는 인식이 퍼지면서) 그런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그런 사회적 영향력을 알고나 있는지에 대해 이렇게 분노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석화 한국농아인협회 부회장은 수화를 통해 "황교안 대표의 발언에 35만 농인을 대표하는 한국농아인협회는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며 "수화언어법에도 농인이랑 용어가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벙어리'라는 표현을 쓴 것은 명백히 농인을 무시하는 처사이기 때문에 황교안 대표는 즉시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연 장애인단체들은 한국당에 황교안 대표 면담을 요청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 "언론매체의 장애인 비하 표현에 대한 의견표명"에서 '귀머거리', '벙어리', '장님', '절름발이', '정신박약', '불구자' 등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강화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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